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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 탐식가 Jul 26. 2020

경험이 최고의 자산!

투자를 잘하기 위해 경제학 박사 학위가 필요한 건 아니다.

간혹 투자 관련 카페에 들어가 보면 이런 질문이 올라오고는 한다.


주식 투자를 제대로 시작하려는데, CFA 자격증을 따는 것은 어떨까요?


'와! CFA 자격증이라니'.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 공인재무분석사) 자격증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최상위 난이도를 자랑한다. 심지어 투자업계 종사 경력도 요구한다. 넘치는 의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성공한 주식 투자자가 목표라면, 굳이 CFA를 따려는 시도는 '쓸고퀄(쓸데없이 고퀄리티)'이 되기 십상이다.


뭣이 중헌디!

딱 이 시점에서 영화 '곡성'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

CFA나 경제학 원론 같은 학문적 지식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자에 있어 학문적 지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하는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만약 학문적 지식이 투자에 있어 핵심 요소였다면, 이 세상 경제학 교수나 재무분석가들 모두 죄다 부자였을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학문적 지식은 분명 투자에 도움이 된다.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기업과 산업에 대한 통찰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CFA 자격증 공부하다가는 날 샌다. 실제 CFA 자격증을 따 보려고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공부 내용에 상당 부분은 주식 투자와 별로 상관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인 셈이다.


최근 온라인상에 매우 핫한 존 리 대표는 '최대한 일찍 투자를 시작해서, 장기간 복리 효과를 누려야 한다.'라고 역설한다. 바꿔 말하자면 어설프더라도 투자를 서둘러 시작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완벽히 실력이 갖춰진 상태에서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순서가 반대다

투자는 대표적인 경험 학습(Experiential Learninng)의 영역이다. 경험 학습적 측면에서 보자면 투자 체계는 다음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구체적인 투자 경험  -> 반성적인 관찰과 분석 (투자 복기) -> 추상적인 개념화 (투자 철학, 전략 수립) -> 활동적인 적용과 검증 (투자 전략의 실전 적용)

위 과정이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투자 실력이 축적된다. 따라서 일단 투자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투자를 하다 보면 모든 게 의문 투성이다. 어떤 전략으로 가지고 투자해야 할지, 어떤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얼마에 매수/매도해야 할지, 현금 비중을 얼마나 가져가야 할지, 기업 내재 가치는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등, 투자를 실제로 수행해야만 이러한 궁금증들이 생긴다. 그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본인에게 필요한 투자 지식이다. 인에게 진정 필요한 투자 지식을 족집게로 쌓아 나가는 것이야말로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다. 책을 통해서든 강의를 통해서든,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에서 투자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된다.


물론 투자 초기에는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드시 소액으로 시작한다. 실력이 쌓이고 투자 성공 빈도가 높아지면 그에 맞춰 투자 금액을 늘려도 늦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경험의 체계적 축

경험의 축적을 통해 투자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에게는 '얼마나 빨리' 투자 실력을 키울 수 있는지 여부 역시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경험 학습 프로세스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소홀히 하는 것이 바로 '투자 복기'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투자를 많이 경험하면 실력이 쌓인다고 착각한다. 투자판에 오래 있으면 투자 관련 용어, 주어 들은 이야기들이 많아지면서, 일견 해박해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것에 비해 투자 실력은 늘 제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투자 복기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이 수행한 모든 투자 케이스는 본인에게 매우 소중한 '임상'자료다. 투자와 관련된 모든 의사 결정 과정을 되짚어 보고, 본인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야 개선 방향이 잡히는데, 이 부분을 소홀히 한다면 실력이 늘 수 없다. 개선 방향이 잡힌다는 것은 본인만의 룰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부채를 많은 기업에 투자했는데, 투자 실패를 하고 원인을 분석해 보니 부채가 말썽이었다는 것을 복기를 통해 깨달았다고 치자. 그러면 다음에는 '부채비율 100% 미만의 기업에만 투자하겠다'는 룰이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룰에 맞춰  투자를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발전적이다. 룰 역시 초기에는 허술하기 마련이지만, 투자 경험이 쌓이고, 학습이 병행되고 나면 점차 기틀이 잡힌다. 그것이 바로 투자 전략으로 승화된 것이고, 투자에 대한 본인의 관점이 생기면 그것이 바로 투자 철학인 것이다.


투자 케이스가 많아지면 룰도 쌓인다. 따라서 그러한 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노트도 좋지만,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가 아무래도 유용하다. 투자를 하다 보면 계산을 할 일이 많을뿐더러, 룰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항목이 늘어나기 때문에, 언제라도 수정이 용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성한 파일은 평생 관리해 나가야 할 '본인만의 투자 시스템'이다. 투자 경험, 독서나 강의 등을 통해 습득한 지식이나 깨달은 바를 여기저기 분산해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시스템' 파일에 차곡차곡 기록해 두자. '투자 시스템' 파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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