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수를 판가름하는 요소
누구나 주식 투자의 세계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투자 고수를 꿈꾼다. 수천억의 자산, 다른 사람들의 선망과 부러움의 시선, 성공 투자자로서의 명성.. 상상만 해도 설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는 크고, 쉽사리 그 차이는 메꿔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투자 실력'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대부분 누군가의 투자 실력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이 기록한 투자 '수익률'을 살펴본다. 대부분의 주식 책은 저자의 탁월한 투자 수익률을 저자 소개란에 기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의 화려한 수익률이 독자에게 어필하는 최고의 마케팅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500만 원으로 100억을 벌다',
'3년 만에 2000% 대박 신화를 쓰다.'
우리는 이런 식의 미사여구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그 비법이 알고 싶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수십, 수백억을 벌다니. 저자의 비기, 천기누설을 배우면 당장이라도 부자가 되어, 힘겨운 회사 생활을 때려치울 수 있을 것만 같다. 제대로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할 것만 같다. 그래서 책을 읽고 저자의 전략을 열심히 따라 해 본다.
그런데 결과는? 저자는 부자가 되었는데, 자신은 부자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저자는 말한다. 독자가 제대로 저자의 전략을 이행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과연 그 이유 때문일까? 우리는 이점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누구나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특히 투자 자금이 작을 때는 그렇다. 20% 정도는 하루에 우습게 버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요즘 핫한 신풍제약, 삼성중공업 우 등을 사서 눈 딱 감고 몇 개월 버티고 있었다면, 몇천 퍼센트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사람들을 고수라고 부르지 않는다.
왜 그럴까? 투자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 전략이 없다면 투기 내지 도박이다.
그렇다면 수익률 높은 투자 전략만 보유하고 있다면 고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대부분 '예스'라고 생각할 테지만, 한 가지가 빠졌다. 그건 바로
세월의 검증
특정 전략으로 특정 기간에 한정하여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은 빈번하게 관찰된다. 하지만 20여 년 이상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은 매우 드물다. 만약 그 정도의 긴 시간 동안 탁월한 성과를 냈다면, 분명 천억 원대 이상의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주식농부 박영옥 대표처럼 말이다.
현시점에서 투자 고수를 알아보는 한 가지 잣대라고 하면, 그의 투자 경력이 2008년 금융위기를 포함한 것이지 여부다. 평온한 시절에는 누구나 훌륭해 보이지만, 2008년 금융위기나, 올해 3월 같은 급락장이 오면 대부분 도태된다. 도태되는 전략의 대부분은 '잃지 말라'는 대원칙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의 검증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투자 고수를 가려내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확고한 투자 전략을 보유하고 있나?
그 전략을 충분히 오랜 기간 실행하여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이뤘는가?
위기의 순간에 포트폴리오를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을 갖췄는가?
역으로 말해, 우리가 추구해 나갈 투자 전략이 상기 3가지 기준을 만족하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지나친 욕심이고, 세월의 검증을 받게 되는 순간 시장에서 아웃되는 결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이제 투자 실력의 본질은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하면 투자 실력을 빨리 쌓을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 팁을 제시하고자 한다.
1. 투자 전문가들 강연회 참가
일단 투자를 처음 시작하게 되면 투자 전문가들을 벤치마킹하는데서 출발한다. 대부분 책을 저술했기 때문에, 그들의 책을 읽음으로써 그들의 전략을 배운다. 물론 독서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나, 기회가 된다면 강연회를 통해 직접 저자들을 만나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저자와 소통하는 것 대비해서 강연회 등을 통해 직접 접하는 것은 뚜렷한 장점이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저자의 강조하는 핵심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저자의 요점을 파악할 때는 독자의 상상력, 배경지식 여하에 따라 내용이 각색되어 이해되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가 왜곡되기 일쑤다. 강연회를 참석하면 저자뿐만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열중해서 강연을 듣고 다른 참석자들에게서도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된다. 남들처럼 나도 저자의 노하우를 빨리 흡수하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투자 강연회가 있다는 정보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우선 보통의 저자들은 SNS나 블로그를 운영하므로 팔로우를 한다. 둘째, 투자 관련 전문 출판사 역시 블로그를 운영하므로 이웃으로 맺는다. 통상 새로운 책이 출간되면 출판사에서는 프로모션 차원에서 투자 강연회를 기획하기 때문에, 블로그 소식을 통해 강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셋째, 가치투자연구소 같은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서도 강연 소식을 접할 수 있다.
2. 기록하고 또 기록하기
타인을 벤치마킹한 다음에는, 본인 스스로 그 전략을 시험해 봐야 한다. 투자 전략은 마치 기성복 같은 것이라서, 내 몸에 꼭 맞는 것은 없다. 가장 본인에게 맞는 것으로 골라, 바지 기장 줄이듯이 부분적으로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 초창기는 많은 전략을 테스팅하는 과정이다. 그 테스팅 하나하나가 투자 실력을 쌓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테스팅을 실력으로 치환하는 작업이 바로 기록이다. 종목 선택, 매수, 매도 등 모든 투자 행위를 기록으로 남기고, 최종적으로 복기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투자자라는 이력서에 한 줄이 쓰이게 된다. 특히 실패의 기록은 매우 소중하다. 세상에 100개의 투자 전략이 있다고 가정하자. 우리의 목표가 자신에게 맞는 1~2개의 전략을 남기는 것이라면, 투자 실패 사례는 결과적으로 본인에게 맞지 않는 투자 전략을 배제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