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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우 Jan 03. 2021

회사생활 25년을 돌아보며

지난 시간의 정리와 앞으로의 소망

어언 회사 생활이 햇수로 25년이다.  그것도 한 회사에서만. 지금 돌이켜보니 어찌 이럴 수 있었나 싶다.


많은 일을 겪었고 아직도 겪고 있지만 이제 한 번 지난 시절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년까지 남은 시간 동안 회사에 월급값 하는 직원으로 남기 위해서라도 혹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될 수도 있는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일단 지난 25년을 큰 흐름으로 한 번 짚어보면서 세부적인 경험들을 돌아보고 이 글을 읽는 다양한 독자들 계층에 맞추어 나름의 제언을 적어보고자 한다. 부디 꼰대스러운 말투만 피할 수 있으면 다행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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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지만 회사 초년병 시절에는 모든 것이 어렵기 마련이다.  97년 입사 후 업무에서 좋은 일과 힘든 일이 병존했다.


업무는 좋았다. 학교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전공했고 데이터베이스 회사에 와서 데이터베이스 관련 기술 발표와 프리세일즈를 담당했다. 박사과정을 했기 때문에 실무 뿐만 아니라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언급할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외부 발표를 많이 했었다. 이 때의 경험으로 발표와 관련된 나만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일이 힘든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람이 힘든 것은 극복하기 힘들었다. 특히 신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그것을 시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나만의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힘들었다.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늘어나는만큼 나를 견제하는 사람들도 늘어갔다. 상처가 쌓이면서 심하게 폭발했고 언제가부터 나는 퇴사를 고려하고 있었다. 


나는 탈출구를 대학원으로 삼았다. 퇴사에 앞서 공부라도 열심히 할 요량으로(요새 말로 스펙쌓기) 야간 MBA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퇴사 준비를 위해 시작했던 공부가 도리어 회사에 남는 계기가 되었다.


MBA는 너무 즐거웠다. 회사 지원도 아니고 내 돈 내고 하는 공부인지라 학점을 최대한 많이 들었는데 컴퓨터를 전공한 엔지니어에게 경영학은 신세계였다.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보니 모든 개념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재무/회계/마케팅/생산관리/의사결정 등등의 과목을 정말로 너무 재미있게 공부했다. 게다가 다양한 업종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고 함께 조별활동을 하면서 회사에서는 겪을 수 없는 많은 간접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2년반동안 공부에 폭 빠져 지내느라 회사 내에서의 어려움을 다 잊을 정도였다.


이때 배운 개념을 기반으로 회사에서 고객사 재무분석과 주요 시스템의 사업성 평가를 기술 발표에 추가했는데 당시 APAC 매니저가 이를 좋게 보고 나를 팀장으로 임명하고 더 나아가 임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이때의 경험과 새로운 역할 덕분에 회사에 남을 수 있었다.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된 이후로 회사 생활은 더욱 재미있어졌다. 하지만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도 M&A란 것을 겪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 우리 회사가 경쟁사를 인수를 했는데 우리 본부는 인수를 당했다. 회사가 약점이었던 부분을 인수를 통해 보완하다보니 우리 본부가 인수된 회사에 흡수되는 구조로 M&A가 진행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인수된 회사의 인력과 시스템이 메인이 되었다. 이후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통합된 조직 안에서 나를 포함한 기존 본부임원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았다. 또 퇴사를 고민해야하나 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구세주처럼 구본형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의 변화경영연구소에서 1년간 매주 1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연구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 연구원 이후로 나의 삶은 바뀌었다. 좋은 동기들과 치열한 학습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본형 선생님을 삶의 스승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나의 회사 생활도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조직 구조는 그대로였지만 나의 자세가 바뀌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냈고 더욱 더 실력을 키워 업무 실적을 쌓아갔다.


2013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본부장이 되었다. 새롭게 본부장이 되면서 내가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맘껏 해 볼 수 있었다. 영업부사장과 의기투합해 영업과 협력하는 효율적인 기술 조직을 구성할 수도 있었고, 기술본부에 대해 학습하고 또 성장하는 모델을 적용할 수 있었다. 특히 강점코칭을 우리 본부에 적용하여 팀별로 웍샵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강점과 개인별 성장 로드맵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었다. 이때가 회사 생활에서 가장 보람된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하지만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 기술 트렌드가 클라우드로 바뀌면서 회사의 영업환경도 크게 바뀌었다. 변화를 요구받았고 현재도 회사는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회사 생활의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관점일 뿐 주변의 평가는 어떨런지 모르겠다. 더 늦기 전에 지난 날들의 소회를 정리해 보면서 내 경험 속에서 누군가에게 필요할 수 있는 부분은 잘 요약해서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내 주변에는 가끔 나에게 의견을 묻는 분들이 있다. 취업을  간절히 원하는 대학(원)생들이 그렇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고민하는 신입직원이 그렇고, 관리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중견직원이 그렇다. 이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내용들을 정리해서 글로 남겨 보고자 한다. 길에 떨어진 전단지 같은 글이 되겠지만 그것을 구하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 같다.


돌아보면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근로계약 관계로 맺어진 회사 생활이었지만, 나의 성장의 바탕이 되어 주었기에 (외부의 호불호에 관계없이) 지금의 회사에 감사하고 그 안에서 만났던 선배/동료/후배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나의 성장과 좋은 분들과의 관계, 이것 때문에 25년이나 한 회사에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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