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취업은 경연의 시대, 그대 준비되어 있는가?
모 대학에서 겸임교수를 한 적이 있다.
나름 강의를 잘 하기 위해 내 최선을 다했다. 회사 생활의 장점을 살려 빅데이터 관련하여 실무적인 내용으로 강의를 구성했고 나 뿐만 아니라 실력있는 직원들을 초빙해서 실제로 고객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으로 직접 강의할 수 있도록도 조치했다.
하지만 학기가 끝나고 돌아온 느낌은 약간의 '맥빠짐' 또는 '허탈함' 이었다.
먼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간단히 양분되었다. 열심히 듣는 학생들과 무신경한(핸드폰 보거나 조는) 학생들. 그나마도 열심히 듣는 학생들은 1/3 정도였고 나머지는 앞에서 뭐라고 하던 자신의 핸드폰에만 집중했다. 무신경한 학생들의 주의를 끌 수 있는 방법 혹은 주제는 딱 하나뿐이었다. 특강으로 구성한 '면접시험 대응 방안'. 이 때에는 조는 학생 하나 없이 이야기를 들었다. 문제는 그 때뿐이었다는 것. 그 외의 수업에 대해서는 동일한 패턴을 유지했다.
어쩔 수 없이 열심히 듣는 학생들 중심으로 강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론과 실무를 적절히 섞어 열심히 강의했다. 시험 전에 요약 정리도 잘 해 주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로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시험 답안지를 보고 여지없이 깨졌다. 열심히 설명해 주고 쉽게 낸 시험이건만 제대로 된 답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열심히 듣기는 했지만 이해는 못했던 것이다. 그 때의 낙담이란... 얼마나 더 쉽게 설명해야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또 하나의 불쾌한 경험은 성적에 관한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청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이 과목 A 못받으면 장학금 못받아요'부터 '졸업하기 위해서는 최소 B가 필요합니다' 등등. 수업 때에는 시큰둥하던 학생들이 시험 성적에 대해서 만큼은 너무도 예민하고 날카롭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합리적인 이의제기에 대해서만 충분한 증빙을 가지고 성적을 수정해 주었다. 그 외에는 예외없이 원칙으로 대했다. 불만이 많다는 얘기가 조교를 통해 들렸지만 잡음은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강의평가는 그닥 좋지않게 나왔다.
서울 상위권의 대학이었다. 그리고 3,4학년 전공 수업이었다. 그런데도 이 정도였다. 잠깐의 경험이었기에 일반화 하기에 충분한 사례는 아니겠지만 일부의 특수한 경험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수가 많아 모수가 충분히 컸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수업 자세와 상황에 대한 것은 아니다. 요지는 이런 수업 태도로는 결코 회사에서 원하는 실력을 키울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설마 대학도 고등학교처럼 정규 수업은 대충 듣고 학원 강의를 통해 취직에 필요한 내용만 과외를 하는 것일까?
아직도 내가 수업 구성과 강의 진행에서 모자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일반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만약 위와 같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면 취업을 향한 간절함과는 별개로 취업의 길은 더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 취업은 경연의 시대다.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인 방법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어느 회사도 필기 시험으로만 직원을 뽑지 않는다. IT 기업의 경우 코딩 문제를 내서 코딩 실력을 보고 해커톤을 통해 검증된 팀을 우대한다. 음악 프로그램만 경연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취직도 경연에 임하는 참가자처럼 오래 준비하고 실력을 키우고 실기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과 온라인 강좌의 폭증으로 대학 교육의 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주어진 시간을 허투로 보내서 실력 입증을 위한 충분한 연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과거의 방식으로 취업에 임하는 태도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회사는 책 조금 읽고 암기해서 조금만 질문을 달리하면 제대로 핵심을 짚지 못하는 사람을 찾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열심히 익혀 농익은 실력을 손으로(핸즈온) 도구(개발툴)를 이용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한다. 당신은 여기에 충분히 대비되어 있는가 반문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