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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Jun 19. 2022

자본주의 사회의 최적화

침착맨이 한 라디오에서 요즘 왜 웹툰을 그리지 않냐는 질문에 "그림은 노력을 해야 성장하지 않나. 그런데 내가 이걸 안하더라. 더 이상 노력하거나 부딪히는 과정을 피하고 다른 곳으로 간다"라며 "웹툰은 요즘 본다. 모든 웹툰을 보면서 감탄한다. 시장이 커지니 인재들이 모인다. 이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힘들다"라는 얘기를 했다. 또 유퀴즈에서는 "더 쉬운 길(인터넷 방송)을 발견 해버렸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매우 가벼운 얘기지만, 이게 자본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생각한다.


침착맨은 1세대 웹툰 작가로, 웹툰이 제대로 된 시장 혹은 진로로 인정 받지 못했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웹툰 작가로 성장하기 위한 '정석적인 루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나사 하나 빠진 사람 그림이 좋아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지만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이 많았다. 시장의 다양성이 매우 높은 시기이며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도태된다. 그러다 시장이 커지고 성공한 웹툰 작가들이 생겨나면 그제서야 그들과 같이 되기 위해 수 많은 도전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시장은 경쟁을 통해 최적화된, 가장 효율적인 특정한 경로를 찾기 시작한다. 학원이 생겨나고, 정석 코스가 생겨나는 식이다. 전체 효율성이 올라가고 상향 평균화 되는 모양새를 보이는 동시에 다양성은 떨어진다.


웹툰 뿐 만 아니라 많은 산업들이 그런 수순을 밟고 있다. 마치 스타 리그 초기 수 많은 참신한 빌드들이 개발되다 리그가 성숙해짐에 따라 메타가 고정되고 정석 빌드가 고착화되는 식이다. 스타 리그 후기의 선수들은 기계 같이 완벽한 플레이를 구사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임요환 선수와 이영호 선수의 스타일 차이와 같다. 스포츠 경기도 비슷하다. NBA에서 선수들이 슛을 던지는 위치를 통계 내보니, 2000년대에서 매우 다양한 위치에서 슛을 시도한 반면, 20년이 지난 2020년에는 미들 슛이 거의 사라지고 3점 혹은 골밑으로 슛 포지션이 획일화 것도 비슷한 이치이다. 입시 시장도 마찬가지이고, 최근에는 스타트업 업계도 조금씩 정석이 생겨나고 있는 듯 하다.


시장의 성장을 가져온 1세대와 성숙된 시장에서 최적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2세대는 완전히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한다. 전자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고 적응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면 후자는 정석에 대한 이해와 이를 최소한의 오차로 현실화 시키는 역량이 중요하다. 어쩌면 침착맨은 1세대 유형의 사람이기에, 2세대 웹툰 작가들의 성장을 지켜보면 여기서 경쟁하기보다 본인이 더 잘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인터넷 방송)으로 넘어간게 아닌가 싶다.


본인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경쟁이 없는 새로운 게임을 찾아왔던 것 같다. 약간의 힙스터 병도 있었고, 주변의 수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정면으로 경쟁해서 이길 거란 자신도 없었다. 또 그만큼 노력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까지 그럭저럭 살아온 것 같다. 나와는 반대로 경쟁에서 이기는 데 특화된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 경쟁은 큰 리스크 없이 (어차피 대부분의 경쟁에서 그들은 승리한다) 명확한 보상을 취할 수 있는 길이다. 나라도 충분히 취했을 전략이다. 삶이 너무 힘들다면 한번쯤 나에게 불리한 경기장에서 지나치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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