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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Oct 04. 2023

기능조직과 목적조직

조직 구조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회사가 커질수록 대표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생겨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조직 문화(organizational culture)나 조직 구조(Organizational Structure)에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직 문화는 이전에 다룬 글(참고: 단단한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이 있으니, 이번엔 조직 구조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조직 문화가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 이념, 관습 등을 총칭하는 것이라면 조직도로 대표되는 조직 구조는 보다 명시적인 성격을 가진다. 조직 구조는 조직 내의 지위·계층 관계, 조직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의 조정, 업무 협업에 대한 관리 체계 등을 포함한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복잡도

조직 구조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 복잡도에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하나의 채널만 존재하지만, 다섯 사람이면 10개, 열두 사람이면 총 66개의 채널이 존재한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사람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징을 갖는다. 조직 구조에 대한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정보가 교환되는 과정에 매우 큰 비효율성으로 작동하며, 조직이 동일한 목표에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n개 중에 2개를 고르는 조합(combination) 문제로 n * (n-1) / 2의 가짓수를 가지며, 시간복잡도 O(n^2)을 의미한다.



유사한 것들을 묶는다

커뮤니케이션의 복잡도를 해결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한다. 유사한 것들을 묶음으로 개인이 다른 모든 개인들과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예시처럼 12명의 구성원이 모두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66개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필요하지만 6명으로 구성원된 두 팀을 만들고, 팀과 팀의 커뮤니케이션은 팀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해보자. 이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31개(15 + 15 + 1)에 불과하다. 즉 유사한 역할을 하는 인원을 별도 조직으로 묶고, 조직과 조직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제함으로써 서로 다른 조직에 속해 있는 인원들 사이의 불필요한 의존성을 낮추는 원리이다. 같은 회사에 있더라도 팀이나 부서가 다르면 서로 얼굴 볼 일 없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사성에 대한 두 가지 관점(기능, 목적)

조직은 크게 기능(Component)과 목적(Feature)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사성에 대한 관점 역시 이 둘을 때 놓고 얘기할 수 없다. 기능이란 주로 개인의 전문성을 나타내는 직무를 의미하고, 목적은 필요한 모든 직무가 모여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의미한다. 가령, '나는 백엔드 엔지니어로서 토스의 만보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하면 나의 기능은 백엔드 엔지니어이고 목적은 좋은 만보기 서비스가 되는 셈이다. 기능과 목적은 조직에 속한 개인의 중요한 정체성에 해당한다. 우리는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고 동시에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을 한다.


조직을 이루는 두 가지 축(기능 조직과 목적 조직)

기능 조직과 목적 조직은 바로 여기서 파생된 개념이다. 커뮤니케이션 복잡도를 줄이기 위해 유사한 인원들을 묶는 과정에서, 유사함을 판단하는 기준이 '기능'인지 '목적'인지에 따라 기능 조직과 목적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기능 조직은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한 팀으로 묶은 것이며, 목적 조직은 동일한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직무와 상관없이 한 팀으로 묶은 것이다. 이 별 것도 아닌 구분이, 실질적으로 조직에 주는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조직 내 실질적인 변화들


조직 구조는 조직 내 사일로의 방향을 결정한다. 

사일로(silo)는 원래 곡식 및 사료를 저장해 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가리키는 단어로, 조직 간 정보 격차가 커지고 같은 회사라는 소속감이 약화되면서 협업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문제를 의미한다. 사일로 자체를 적폐로 보는 관점도 있으나 어떤 의미에서 불가피한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조직 구조의 본질이 유사성을 기반으로 조직을 나누고, 서로 다른 조직 사이의 의존성을 낮춰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즉 의존성이 낮아진 조직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적어지고, 정보 격차가 커지고 소속감이 약화되는 건 아주 당연한 결과이다. 사일로가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 단위의 심리적 의존성만 낮추고 업무적 의존성은 낮추지 못한 불쾌한 골짜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일 수 있다.


기능 조직 간의 사일로는 각자 자신이 속한 팀의 직무만 잘 수행할 뿐, 그 결과로써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가치에는 관심이 없어진다. 디자인 조직은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개발 조직은 개발에만 집중한다. 설사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이 기능은 아무도 안 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굳이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좋은 기능 조직은 적은 인원으로 훨씬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목적 조직 간의 사일로는 각자 본인이 속한 팀의 목적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면서 발생한다. 심할 경우 조직 전체 관점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목적을 중요한 목적인 것처럼 만들어버리거나, 본인 조직의 성과를 위해 다른 조직의 업무를 지연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좋은 목적 조직은 구성원의 높은 동기 부여를 바탕으로 불확실한 환경이나 예상치 못한 요구사항에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다.


조직 구조는 조직의 고도화 방향을 결정한다.

조직 내 사일로를 줄이는 방법은 서로 다른 기능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시키는, 즉 의존성을 낮추는 것이다. 조직의 고도화 방향 역시 이와 동일하다. 기능 조직은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을 표준화시키고 공식화 시킴으로 프로세스가 점점 엄격해진다. 이는 각 조직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만듬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기능 조직의 책임은 주어진 업무를 주어진 형식에 맞춰 정해진 일정 내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반대로 목적 조직은 각 조직의 목적과 최종 성과를 명료하게 만들어 조직 간 의존성을 낮춘다. 즉 각 조직이 스스로 목적을 달성하는데 다른 조직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아야 하며, 어쩌면 아예 독립된 회사처럼 굴러가는 조직이 이상적일 수 있다.


조직 구조는 의사결정과 평가 방식을 결정한다.

기능 조직과 목적 조직은 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다. 기능 조직의 목표는 해당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데 있다. 기능 조직의 장은 해당 직무에 가장 큰 전문성을 가진 관리자로, 구성원에게 직접적인 직무 피드백을 주며 업무 평가가 가능하다. 기능 조직의 구성원은 동일 직무의 구성원과 대부분의 시간 협업을 하며, 높은 직무 전문성이 좋은 평가로 이어진다. 반면 목적 조직의 목표는 서로 다른 직무를 가진 사람들이 협업하여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다. 목적 조직의 장은 기능 조직장보다는 훨씬 넓은 의미의 관리자로, 서로 다른 직무를 가진 구성원들을 이끌어야 한다. 이는 때로는 불완전 정보 하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성원들 역시 직무 전문성 이상으로 다른 직무 구성원과의 원만한 커뮤니케이션,  조직의 목적에 대한 이해, 목적 조직장과의 적절한 의사소통 등 훨씬 유연한 역량을 필요로 한다.


조직 구조에 따라 역할의 분배가 달라진다.

모든 조직은 보다 안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한다. 기능 조직에서의 안정성이란, 해당 직무의 특정 인원이 퇴사를 하더라도 조직이 기존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것이다. 즉 각 구성원들이 최대한 무차별적으로 다양한 서비스에 관여하는 형태가 이상적이다. 회사에서 관리하는 서비스가 여러 개 일 때 한 명에게 하나의 서비스를 맡기기보다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맡기거나, 서로 다른 서비스의 업무도 손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내부 관리 시스템을 표준화시키는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 반면 목적 조직에서의 안정성이란 특정 인원이 퇴사를 하고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왔을 때 해당 직무에 대한 노하우가 목적 조직 내에 남도록 해야 한다. 즉 기능 조직과는 반대로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다른 직무의 업무 현황이나 이슈 사항 등을 최대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직무 간 경계가 흐려지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조직 구조에 따라 동기부여의 방식이 달라진다.

기능 조직 내에서의 성장은 직무 전문성에 있다. 회사 전체의 성과에는 다소 무관심하더라도 나보다 더 직무적으로 뛰어난 사수 밑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더 높은 전문성을 키우기 적합한 환경이다. 이는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지만, 때로는 회사의 톱니바퀴가 되었다는 좌절감을 주기도 한다. 반면 목적 조직은 동일한 목적을 공유하는 구성원들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회사나 서비스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만족감을 느끼기 쉽다. 또한 직무 전문성보다 총체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쌓기에 적합하다.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직 운영의 핵심은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조직의 고도화는 서로 다른 내부 조직 간의 의존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나, 이 의존성을 무한정 낮출 수는 없다. 비즈니스의 성격이나 속해 있는 산업, 다루는 기술 등에 따라 근원적으로 없앨 수 없는 의존성도 존재한다. 기능 조직을 아무리 고도화시켜도 서로 다른 직무 간 협업이 필요한 순간은 존재하며, 목적 조직을 아무리 고도화시켜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조직이 전체를 위해 협력해야 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조직 운영의 핵심은 조직 구조의 장점을 취하는 동시에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그리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조직장들 사이의 건강한 다이내믹이 매우 중요하다.


기능 조직장은 자칫 내가 이끄는 조직의 책임을 다한다는 이유로 회사의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는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 결과물의 높은 퀄리티와 효율성을 위해 탄탄하게 잡아둔 프로세스는 물론 중요하지만, 예외는 분명 있기 마련이다. 목적 조직장은 자칫 내가 이끄는 조직의 성과를 이유로 회사의 목표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항상 전체 회사 목표에 비춰봤을 때 내 조직의 목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불필요한 목적에 집중하고 있다면 스스로 목적을 수정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마치며

당연하게도 기능 조직과 목적 조직이 세상의 모든 조직 구조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이 둘을 적절하게 절충한 매트릭스(스쿼드) 조직이나, 프로젝트 조직 등도 존재하며 각각의 장단점 역시 다르다. 이는 조직 구조에 정답이 있기보다 회사가 처한 환경에 가장 적합한 구조를 취사선택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시스템은 개인을 지배하지만 동시에 시스템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이다. 건강한 조직이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리더와 그 리더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구성원들이 있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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