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그리고

동참

by 최선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틴과의 모임에 처음으로 참여하는 기대와 설렘은 뭐라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희열 그 자체였다. 마틴은 비디오에서 보아온 것처럼 연설을 시작했다. 그가 하는 연설은 순간적인 영의 흐름을 말로 표현하는 즉석연설로 그가 말을 시작하면 어떤 기운이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불이 켜지는 것처럼 분위기가 한껏 치솟는 것 같았다. 그는 창조적 기운과 흐름을 전달하는 영매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도 아주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우며 논리적이었다.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근원적인 힘이나 창조적 기운도 그것을 담을 수 있고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가 있어야 하고 주파수가 맞아야만 전달이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영매라고 자칭하면서 온갖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으로 사기를 치는 것은 무의식적인 감지를 한다고 해도 의식이 정화되지 않았기에 맑고 투명한 기운을 전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방언을 할 수 있다는 것쯤은 한국의 시골교회에서도 흔한 일이지 않은가? 그런 능력이 있다면 그것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마틴도 자신의 능력 내에서 전하는 것이며 어쩌면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그래서 언제나 겸손하고 열려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그러한 기운을 전한다고 해도 그 능력은 그러한 말씀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제공될 때 가능한 것이며 그런 점에서 본다면 말하는 사람과 함께 그 자리에 동참해서 듣고 있는 사람들도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도 스스로 준비된 만큼 전달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나도 내가 준비된 만큼 들을 수 있으며 내 능력과 이해의 범위 내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의 말에 집중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마치 집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연주회장에 가서 듣는 것보다 더 집중하기 쉬운 것처럼. 그의 글을 읽을 때는 반복해서 읽기도 하고 되새겨 보기도 하기에 더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의 연설을 따라가기는 어려웠지만 말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그분의 분위기에서 흐르는 강한 힘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표현하기 힘든 에너지의 발산, 빛 또는 파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분명한 어떤 분위기가 있었지만, 내 짧은 언어 능력이나 흐릿한 의식과 둔한 감성으로는 그 이상의 감지와 의식적인 이해는 어려웠다. 그분이 사용하는 용어들과 넓고 깊은 내용을 다 이해하기에는 나의 언어 능력과 영적 이해력이 부족했고, 내 의식의 필터가 오염되어 침투할 수 없는 부분과 그의 말을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칼릴 지브란의 말 중에

‘진실한 의식을 갖춘 영혼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무엇을 발견할 줄 안다. 타인 속에 있는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기르라’고 했지만 그것은 그냥 되는 일이 아니다. 내가 된 만큼 가능하며 나도 그분만큼 닦아야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매력과 거역하기 힘든 느낌이 그에게로 끌었다.

모임 내내 나는 어떤 희열에 들떠 있었다. 잠도 제대로 잔 것 같지 않고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증세를 묻는다면 꼭 꼬집어 말하기 힘든 어떤 열병을 앓았다. 그것이 치유 또는 이해 아니면 더 깊은 무의식적 감응 또는 그 이상이었는지도 모르겠고 더구나 왜 그랬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구태여 표현하자면 어떤 기운이나, 영적 분위기에 의해서 뭔가가 나의 의식과 잠재의식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애써 비유하자면 단순히 맑은 물로 영혼의 샤워를 한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사우나 아니면 압력밥솥에서 푹 뜸이 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학교로 돌아오니 클래스메이트들이 모두 예뻐졌다고 했다. 분명 내가 느끼기에도 생기가 돌고 힘이 솟는 것 같았다. 그들은 내가 사랑에 빠졌다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그 대상은 그들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지금 내 존재의 집을 보수하고 개조하는 작업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가슴속의 허무라는 커다란 구멍이 조금씩 메워져 감을 느꼈고 내 삶의 의미와 가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춘기부터 끈질기게 나를 괴롭혀온 그래서 한때는 나를 벼랑 끝으로까지 몰고 갔던 지병이 차도를 보이며 치유되기 시작한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꿈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