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라는 허상

by 최선화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어려움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그중 기대와 그 기대가 무너짐으로 발생하는 어려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기대는 주로 가까운 사람 간에 발생하기에 가까운 사람끼리 더 많은 문제를 지닌다. 부모 또는 형제나 친척, 친구라는 관계와 위치에 상응하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따르게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불만과 실망 내지는 배신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 간에 불화나 마찰이 발생하면 쉽게 상대방 탓으로 돌리지만, 사실은 당사자가 가졌던 기대가 그 근본 원인인 경우가 많다. 애초에 기대하는 바가 없었다면 실망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지불식 간에 서로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했기에 문제가 불거진다. 부모라면 이래야 하고 자식은 당연히 저래야 하고 등등의 기대가 규범으로까지 정착되어 서로에게 짐이 되고 족쇄가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기대가 상대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상대방이 나에게 거는 기대 등 형태도 다양하다. 그 어느 것이건 간에 과도한 기대는 부담과 억압이 되며 심하면 폭력과 착취로 돌변하기도 한다. 가족 간에 발생하는 의식적인 기대나 잠재적이거나 암묵적인 기대가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고 변질시키기도 한다.

이와는 반대로 정당한 기대도 있다. 부모가 자녀들이 바르게 자라나 충만한 삶을 누리기를 기대하는 것이나, 자녀들이 부모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등은 정당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가지는 근본적인 삶 자체에 대한 기대가 있다.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있기에 오늘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삶에 거는 기대는 무엇인가?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 유명해지는 것, 행복하게 사는 것 등등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뭔가 삶은 이어갈 가치가 있으며, 살아감으로써 만족과 행복감을 누리기를 원한다. 이런 소박한 기대는 당연하며 과한 것도 아니다. 그런 소소한 우리의 기대가 그대로 우리 삶에 반영되고 채워질 수 있을까?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아는 방법들을 다 동원해서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설령 그런 기대가 채워져도 왜 가슴속엔 찬바람이 일까?

그런데 내 나이쯤 되어보니 원하는 대로 성실히 살아왔지만 후회할 일이 더 많다. 내가 특별히 잘못 살고 함부로 막되게 살아온 사람도 아니건만... 뭐가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것일까? 근본 원인이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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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는 삶이 내 것이라 여기며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온 것이 잘못이었다. 아무리 도덕적이고 양심적이며 고상한 포부와 높은 규범을 지키며 살아왔다고 해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삶이 내 것이라 여기며 나의 욕심과 꿈을 채우려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삶은 내 것이 아니며 생명이 나를 만들었다. 그러니 내가 삶의 원리대로 따라야만 했다. 그것을 무시하고 나의 이상과 원하는 바대로 내 것인 양 착각하며 살아온 것이, 근본적인 잘못의 출발점이었다.

근원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생명이 우리에게 삶을 허락할 때 가졌던 정당한 기대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이 땅을 잘 돌보며 번성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잘 돌보지도 진정한 의미에서 번성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기보다는 우리 각 개인이 가진 자신의 계획과 욕망으로 삶을 낭비하고 있다. 근원인 하늘 부모의 측면에서 보면 배은망덕한 일이다.

내 알량한 지식과 경험에서 나온 혼탁한 기억과 생각으로 나를 채우며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든 근원인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내 삶의 초점을 다시 맞출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세상살이를 통해서 얻고 배운 세속적인 것들에서 벗어나서 그 모두를 놓아버리고, 새길인 하늘길을 따르며 생명 그 자체의 힘과 원리에 부합하는 길로 나아가야겠다.

내 삶이 세상의 어둠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하늘의 창으로, 맑고 신선한 근원적 힘을 전하는 도구이자 연결점이다. 이렇게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내 생명의 목적과 임무를 알아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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