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과 판단

by 최선화

다양한 성격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성가시게 느껴지고 마찰을 일으키는 존재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이지만 대놓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보면 화가 치밀고 기분이 언짢아진다.

그런 꼴을 보면 참기 힘들고 그들이 나보다 도덕적이지 못하기에 비난받아 마땅하다 여겼다. 그들을 비난하고 판단하며 나의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렇게 다른 사람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이, 과연 잘한 짓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가족 내에서 그런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기도 하고, 그들의 이기적 행동으로 인해 분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마음이 곱거나 심성이 예민하고 여린 사람이 가장 많은 억울함을 당하게 마련이며 이들의 선한 마음을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어 더 괘씸해졌다.


여기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아내려는 듯이 이기적인 사람을 판단하고 단죄하며 성격이 좋지 않아 그렇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등의 말로 비난하며 나의 품위를 은근히 과시하며 스스로 위로받고자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타인의 행동은 차치하고라도 내가 다른 사람을 내식으로 판단하고 비난한 것은 잘한 행동이 아니다. 그리고 도덕적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도, 역시 도토리 키재기로 그들보다 낫다고 내세우는 것이 참 쪼잔하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살아가다 보니 별것 아닌 손해를 입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이 내 행동의 준거점이 될 것이 아니라 나는 그냥 나답게 살아야 했다. 그들에 걸리고 그들 때문에 화가 나고 피해를 본다며 징징거리는 것은, 그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동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 맘에 들도록 행동할 이유도 없으며 그런 그들을 판단하며 단죄하려 한 것은, 나의 잘못된 기대와 오만한 태도에서 나온 그릇된 생각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생각대로 살아갈 자유가 있고 그것이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거나 주변 사람들의 비난과 따돌림을 받거나 더 크게는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자존감이 낮아질 것이다. 내가 단죄하거나 심판하지 않아도 스스로 심판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꼬락서니를 못 봐주고 기어이 내가 심판하려는 태도는 역으로 말하자면, 나도 그렇고 싶은데 나는 눈치가 보여 못 하는 일을, 감히 너는 그러니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는 심보와 같다. 더 깊이 살펴보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못하다 보니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더 미워지고 싫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내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는 태도야말로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다. 내가 어떻게 판단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가?


이렇게 판단하는 사람과 판단당하는 사람은 동전의 양 면으로 서로 한 줄에 묶인 똑같은 존재다. 서로가 진정으로 자유롭다면 서로의 존재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는 내 갈 길만 가면 그만이다. 물론 피해를 보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지만 감정적 동요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밀쳐내거나 아니면 무심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에는 내가 그만큼의 그릇이 되지 못하기에 하룻강아지처럼 달려들며 시끄럽게 구는 것이다. 대범하게 그들의 특성을 받아들인다면 더 편하게 공존할 수 있고 다른 대안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시시비비를 보면 똑같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 비슷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니 누가 잘났고 누가 더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지 않게 된다. 단지, 내가 다른 차원에서 보며 더 성숙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런 유치한 게임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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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친구들이나 형제간에 말다툼이 일어나면 어른들이 다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똑같다며 야단쳤던 기억이 난다. 그럴 때마다 난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다른 사람이 먼저 시비를 걸거나 잘못해서 시작된 일인데도 같은 취급을 당한다는 것이, 참 서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가 간다. 그런 일에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 자체가 유치하다는 것을, 같은 수준에서 놀았기에 생겨난 일이라는 것을.

상대를 아무런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고 해서 그런 수용이나 받아들임이 꼭 그들이 다 옳거나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내식으로 판단하는 것을 멈추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 자신의 모든 선택과 행동의 결과는 그들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책임지게 하는 태도다.


사회복지 윤리에서는 이것을 비심판적 태도라 한다. 그렇다, 그렇게 심판을 넘어서 수용하는 것이, 꼭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수용하게 하는 것이며 특히 나는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내가 수용하게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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