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고 삽시다

by 최선화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지만 골프나 테니스 등의 운동을 배워 본 사람은 알고 있다. 마지막까지 연습하고 집중해야 하는 것은, 고난도의 기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단순히 몸에 힘을 빼는 일이라는 것을.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으면 공이 제대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잘해 보겠다며 굳은 의지와 욕심으로 온몸에 힘을 잔뜩 넣고서 치다 보니 에너지의 흐름을 타기보다는 반대로 거스르게 되며, 결국 스스로 지치고 힘들어 제 풀에 꺾이게 된다. 본인 스스로가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흐름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잘하겠다는 마음이 도리어 잘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데도 이런 일은 일상 곳곳에서 흔하게 일어난다.

더 맛있게 하려다 도리어 음식을 망치기도 하고 잘해보려고 한 행동이 과잉간섭으로 여겨져 싸움으로 번지는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런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힘을 빼는 것 아니면 욕심을 버리고 지나침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왜 힘이 들어가는가? 잘해보려는 생각과 욕심 그리고 부담 또는 긴장감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해서 집중을 방해하고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그래서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하던 대로 그냥 하라고 한다. 그냥 하는 것, 무심하게 하는 것, 욕심을 버리고 하는 것, 나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 말처럼 쉽게 그냥 되는 일이 아니다.


올림픽에서 안 산 선수가 활을 쏠 때 ‘쫄지 말고 대충 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대충은 그냥 대충이 아니다. 연습과 훈련을 다 한 프로의 경지를 넘어서 집착하거나 과욕을 부리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그러다 보니 자연히 힘을 뺀 상태가 된다. 과녁을 맞히겠다는 욕심이 앞서게 되면 심장이 뛰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호흡이 빨라지게 되고 손이 떨리며 시야가 흐려지게 된다. 그런 집착의 상태가 아닌 비운 상태, 무심의 상태 내지는 평상심으로 보게 되어 바로 쏘게 되는 것이다. 운동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도 바로 이런 원리가 아닐까?

가족들이 모여서 누구의 삶이 가장 본받고 싶은 삶인가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한결같이 모두 한 사람을 지목했다. 그는 특별히 도를 닦겠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도 아니고 삶의 과정을 다 겪어본 노인도 아닌 피 끓는 청춘이다. 그런데도 그가 살아가는 모습은 한 마디로 ‘힘 빼고’ 사는 모습이다.

타고난 본성이 느긋하고 결이 고운 면이 있어, 태생적으로 외부 일이나 환경에 크게 흔들리거나 저항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사는 모습이 언제나 편안하고 유순하며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해야 할 일을 못해 내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태도의 문제로 자기 욕심을 부리거나 다른 사람을 비판하거나 나를 내세우기 위해 상황을 조작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며 순수하게 몰입해나갈 뿐이다. 복잡하지 않고 아주 단순하고 담백한 태도로 살아간다.

힘이 잔뜩 들어간 사람은 스스로 과장하거나 과시하려 들며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억지나 부자유스러움이 드러나게 되며, 스스로도 긴장하고 눈치를 살피게 된다. 남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그런 사실을 눈치채지만 단지 예의상 모르는 척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정직하지도 못하고 인간관계가 겉돌며 진정성이 부족해진다. 인간관계에서 정직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치유의 힘을 가지며 얼마나 영혼을 자유롭게 해 주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거짓이나 과장은 진정한 만남이나 나눔이기보다는 하나의 몸짓과 스침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더 큰 의미에서 힘을 뺀다는 것은, 나의 작은 의지와 욕심을 넘어서 더 큰 힘과 흐름을 받아들이며 순응하는 열린 마음과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내 욕심과 의지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더 큰 질서와 법칙을 믿고 섭리에 따라 살게 되면, 겨우겨우 사는 것이 아니라 넉넉하고 편안하며 주인으로 살게 된다. 이것이 힘을 뺀 상태로 작은 나를 넘어서 큰 나를 믿고 의지하며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내 욕심과 의지대로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그래서 결과적으로 잘 되는 경우가 드물다. 내 욕심대로 살아왔지만 뒤돌아보면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주어진 축복을 받아들이지 못한 어리석음을 뉘우치게 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힘 빼고 작은 나를 내려놓고 중심을 유지하며 순리대로 단순하고 담백하게 그냥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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