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화와 큰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보며 자신의 왜소함과 무력함을 실감하게 된다. 과연 저런 막강한 힘에 의한 폭력과 아픔을 보면서 그리고 현기증 나는 변화와 연관해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먹먹해지고 머리가 하얗게 된다. 나의 무능과 무력감을 마주하면서 그래도 이만큼 교육받고 세상을 산 사람으로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해야만 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 지금 지구 상에서 벌어지는 일들, 일촉즉발로 내닫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얀마의 민주화운동과 아프가니스탄, 세계 곳곳의 기아와 난민사태 등등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양심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고민하는 일이다. 아무 일 없는 듯이 마냥 편안하고 안락한 내 삶을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생각을 정리해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대 권력에 맞서는 것도 아니고 거대 자본에 휘둘리는 것도 아니다. 그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꼴일 뿐이다. 그러기보다는 작은 빗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내듯이 뭔가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나의 사사로운 개인적인 생각과 살아가는 방식이 공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실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한 거대함에 무모하게 도전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나와 내 주변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며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불교의 기본원리 중 하나는 연기론이다.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내가 하는 작은 행동이 멀리 베이징에서는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믿게 된다.
며칠 전 동사무소에 갔다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작은 일이 벌어졌다.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는 데 동직원이 수레를 끌고 와서 짐을 급히 날라야 한다며 나한테 계단으로 내려가라고 했다. 무례하고 당돌한 태도에 약간 당황했지만 ‘나는 시간이 많으니 먼저 가세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가는가는 내 마음이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계단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한번 쓰다듬었다. 내 말에 직원이 그때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되자 당황하며 ‘그렇죠, 제가 급한 마음에 그만’이라며 고개를 숙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얼른 타고 올라갔다. 주위에 모여있던 다른 사람들도 말없이 미소 지었다.
젊은 공무원의 권위적인 무례함을 부드럽게 미소로 일깨워 준 것이다. 아마도 그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며 주민들을 함부로 무시하는 말을 했는지 몰랐을 것이다. 부드러운 미소가 웅변보다 더 깊은 자각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어제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오다 외투로 인해 작은 일이 생겼다. 함께 간 사람이 내가 외투를 입지 않고, 안고 나오자 밖이 추우니 입어라고 권했다. 나는 여기서 입게 되면 좁은 실내에 먼지를 일으키니 다른 식사하는 분들에게 방해될 것이라며 밖에서 입겠다고 했다. 우리의 대화를 무심코 들은 옆자리의 손님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옅은 미소를 보냈다.
이렇게 아주 사소하고 작은 태도와 행동이 공공과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사사로운 행동이 당사자에 그치지 않고 공공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인 것의 보편성과 함께 개인적인 사사로움이 공공재가 되는 것이다.
앞의 젊은 공무원은 다른 나이 든 주민들을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을 것이고, 자신의 이기적이고 고압적이며 다소 권위적인 태도에 대한 자각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옆자리의 손님들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행동이 작은 물결을 일으켜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함부로 예단하기 힘든 것이다. 거대하고 위대한 일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면 작고 사사로운 일을 위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이런 작은 일들이 모여 큰 가치와 의미를 지켜나가기에 어떤 일이 더 가치 있고 위대한 것인지도 판단하기 힘든 것이다.
정치가들의 선동이나 지도자들의 입발림과 위선적 행동보다는 시장 노점에서 추위를 무릅쓰고 가족을 위해 장사하는 분의 선한 손길이 더 가슴에 와닿고 감동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사로움도 힘을 가진 공공재가 되며 진정한 변화를 낳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작은 것이라도 바른 표현을 통해 바른 본을 보이는 그 힘을 결코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과 정의를 여기에서 실천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