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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by 최선화


연말이 되면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이런저런 반성도 하게 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선물이 뇌물이나 아부가 아닌 작은 마음의 표현일 때, 받는 사람에게도 그 진심이 전해져 선물과 함께 전해진 마음을 소중히 전달받게 된다. 나에게 전해진 선물 하나가 추운 겨울을 데워주고 있다.


어린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영어 놀이 교실을 하고 있다. 한글과 우리말도 미쳐 배우지 않은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배우게 하는 부모들의 억지도 싫고, 비싼 수업료를 받으며 장사하는 검은 마음도 싫어 시작한 일이다. 여기에 덧붙여 다 큰 아이들을 평생 가르치던 사람으로 아동의 발달 초기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기에 어린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억지로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놀이를 통해서 친해지게 하는 놀이 시간이다. 집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영어조차 경상도 사투리로 하는 아이, 교육 방송을 자주 들어 꽤 많은 일상용어를 익힌 아이, 잘 만들어진 교재를 통해서 한글 동화책 대하듯 편하게 받아들이는 아이 등등 다양한 천사들이 모인다. 영어는 모른다는 아이, 어렵다는 아이, 하기 싫다는 아이, 다른 장난감 가지고 노는 아이, 누구도 편하고 아무 부담 없이 놀다가는 시간으로 부모도 아이에게 돈 안 들이고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을 기뻐한다.


원래 말이라는 것은, 공부해서 배우기보다는 그냥 익어져 가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이런 소박한 마음으로 함께 논다. 아이들에게는 노는 것이 가장 큰 공부기에. 아이들에게 노는 것보다 더 큰 공부는 없다. 놀이라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지식만이 아니라 자존감도 길러지고 사회성도 키워지며 무엇보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고 배우기에 다른 사람도 존중하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참 편하고 쉽다. 내가 주는 사랑을 곡해하지도 이용하지도 않기에, 아무리 퍼부어도 부담이 없다. 단 얼마나 순수하고 맑은 사랑인가는 돌아보게 된다.






우리 반에서 함께 노는 한 친구가 쑥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에 몸을 비비 꼬아 가며 선물을 전하고 달아났다. 카드를 읽던 내가 빵 터져버렸다. 아이는 나와 놀며 내 모자가 가장 인상적이었나 보다.

머리 염색을 하지 않다 보니 아이들이 나의 흰머리에 약간의 혼란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날 보러 할머니라 불렀다, 금방 ‘아니지 선생님이지’라며 고쳐 불렀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서 예쁜 모자로 내 머리를 살짝 가리고 있다. 나의 고객들을 위한 배려라 여기며. 아마 그런 내가 아이들 눈에는 모자 선생님으로 각인된 것 같다. 카드에까지 그려 넣었으니....

아이들은 이렇게 어른들이 무심히 지나거나 놓치는 작은 것도, 기억하며 세심한 관찰력으로 세상을 익히고 배우며 우리를 놀라게도 하고 기쁨을 전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이런 민감성은 어른들에게 큰 경각심을 준다. 무심코 한 말이나 태도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기에 상처가 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한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깊이 새기게 된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역량을 아낌없이 다 나누어 주고 싶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처럼 나도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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