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유명한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졌던 질문은 ‘풍요롭게 사는 것은 어떤 것인가?’였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물질적이고 외적인 풍족함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물질적인 조건이 갖추어지면 그다음은 마음 또는 정신의 풍요가 요구된다.
지금의 세상에는 물질적 풍요는 갖추었지만, 마음이 빈곤하고 정신이 곤궁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도 그 원인을 외적인 요소 때문으로 돌리며 탐욕 속으로 빨려 들고 있다. 어떤 물건이나 외적인 요소가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 채우고 보면 외적인 것은 결국 쓰레기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원하고 갈망할 때는 그것만 채워진다면 모든 것이 넉넉해질 것처럼 여기며 목을 맨다.
희한하게도 외적인 조건은, 이루어졌을 때보다 원할 때 더 많은 가치를 갖는다. 그렇게 원하던 물건을 막상 가지고 보면 곧 싫증이 나거나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돈과 노력을 들였을수록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큰 골칫거리가 된다.
그러면 마음의 풍요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일단은 외적인 부족보다는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일 것이다. 이런 상태는 얼마나 가졌는가?라는 양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과 태도에 달렸다. 내가 가진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쓰레기가 될 것이며, 다른 사람 눈에는 내가 얻고자 노력한 것만큼의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안다.
사람이 떠난 자리를 뒷정리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남겨진 것들이 모두 빛을 잃고 쓰레기가 된다는 것을, 아니면 이사 간 뒷자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과 정신의 풍요로움은 범사에 감사하며 나에게 주어진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귀하게 여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안도 다다오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마다 걸림돌이 생겼다. 보잘것없는 학력과 연이은 암과의 투쟁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의사들은 그가 수술을 받을 때마다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두 번의 투병 끝에 그는 장기 다섯 개를 적출하고도 뭔가 세상과 지구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다.
그래서 몸을 잘 관리해서 건강을 유지하며, 죽음의 그림자를 보는 순간에도 고상한 열망과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 그리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자신을 돌보며 희망을 잃지 않는 태도 그 모두가 풍요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만약 나약한 사람이었다면 건축의 혁신과 자신만의 개성과 꿈을 실현하지도 못했을 것이며 황폐한 섬을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가 인상파인 모네의 정원과 수련을 보면서 자연 상태에서 빛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아야 모네의 그림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인공조명 대신 자연광으로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말에 공감했다. 그림이나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로 만든 사람은 조명 광선 아래가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보도록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작품을 돋보이도록 조명을 비추는 것은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떤 물건을 전시장에서 볼 때와 집에 와서 보면 달라 보이는 것과 같다. 그러니 처음부터 자연 그대로 감상하는 것이 제작자의 의도에 더 부합할 것이다.
그는 지금도 미래를 위해 지구를 지켜갈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하고 있다. 나만, 내 삶만이 아닌 모두를 위하고 생각하는 삶이 바로 풍요로운 삶이다. 혼자만을 생각한다면 삶이 바늘구멍보다 더 좁고 초라해질 것이다. 그러나 작은 나를 벗어나서 모두를 위하고 더 확장된 나를 생각한다면 지금 내가 할 일이 많으며 살아야 할 이유도 늘어난다. 이렇게 전체성 속에서 나의 위치를 인식하고 모두를 위해서 내가 지금 할 일을 생각하는 삶이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이 아닐까?
고상한 꿈과 포부를 실현하려는 희망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나를 아끼며 모두를 돌보고 가꾸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기에 작은 나라는 한 사람의 삶이 모두의 삶으로 이어지며 지구를 넘어 우주를 풍요롭게 하는 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