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먼저

by 최선화

상담하다 보면, 고결한 영혼을 가진 사람도 상황에 따라서는 큰 어려움 속에서 헤매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일이 저렇게까지 꼬여버렸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타고난 자질이 곱고 선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살아온 사람도 상황이 어려워지면 거칠게 저항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갖가지 반발심과 분노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며 당사자 역시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보게 된다. 아마 너무 믿고 양보해 온 것에 대한 후회와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과 배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더 악을 쓰며 반발하는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된다.

그렇게 저항하고 반발해 본 후에는 분명하게 알게 된다. 반발과 저항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속으로도 후회하지만 달리 방도를 찾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이런 결과는 결국 스스로 길을 잃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럴 때, 이들을 대하는 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지는 전문적 지향에 따라서 다양하게 접근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런 막막한 심정을 이해하고 그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으며 고통스러웠는지를 이해하고 품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큰 실패를 범하기도 한다고. 그래서 스스로 후회나 죄책감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본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누구나 자신의 본질과 어울리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면 스스로 적절하지 않았다고 누구보다 먼저 깨닫게 된다. 그래서 다른 방도를 찾게 되며 자신의 진실에서 벗어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당사자에게도 가장 좋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누구나 속에 잠재된 자신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추상적으로 표현하자면 사람은 누구나 진리와 사랑과 선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사람의 근원이고 본질이다. 비록 이런 엄청난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핵심은 모두 이런 단어로밖에 정리될 수 없다.

어떤 관계에서나 이런 특성들이 표현되고 나누어지면 충족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렇지 않게 되면 상대가 상처를 입는 것보다, 먼저 스스로가 더 상처받고 자존심에 손상이 오며 자괴감이 들게 된다. 그런데도 바보스러운 행동을 지속하는 이유가 뭘까?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에 앞서 스스로 자신의 진실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기에 그 중심에서 벗어나서 세상에 휩쓸려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먼저 본인의 진실을 회복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불안이나 긴장 아니면 분노에서 벗어나 평상심과 마음의 평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타인이나 상황을 탓하기 전에 먼저 본인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여성이 상담실에 들어오면서부터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무너진 것이다. 가만히 들어보니 고운 성품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앞이 보이질 않게 된 것이다. 다 포기하고 싶지만, 엄마 눈치만 살피는 어린아이들이 눈에 밟혀 다시 힘을 내보고자 한다. 그 아이들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기에.”

이럴 경우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엄마를 다시 세워주는 힘이 되며 자신이 경험한 어려움을 자식에게는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굳은 의지와 결심이 큰 용기를 준다. 그래서 어릴 적 본인의 엄마에게 바랐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원했던 그런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어디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찾아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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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아내가 반발하고 분노하기보다는 진심으로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면 남편이나 다른 식구들도 처음에는 황당해하고 믿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응답하고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그렇지 못하다 해도 당사자의 마음이 덜 불안하고 편해지며 마음의 여유를 회복하고 인내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좀 더 어려운 경우는 이런 태도 변화가 진심인지를 시험해 보며 더 큰 어려움과 시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엄마가 날 정말 사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더 보채면서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중심을 지켜나감에 따라 다른 가족이 반발심에서 벗어나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우리 어머니들이 모두의 가슴에 큰 그리움과 사랑으로 남아있는 것은 그들이 보여주었던 어려움 속에서의 용기와 인내 그리고 끝까지 믿고 기다려 주었던 큰 사랑 때문이다. 그런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은 때가 되고, 철이 들면 언젠가는 제 갈 길을 찾아갈 것이며 자신 앞에 주어진 삶이 힘들다 해도 기어이 감당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러면 남자들은 그리고 남편은 어디 가서 무얼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남편들도 그냥 놀고 즐겁게 지낸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길을 찾아 헤매고 있으며 고민을 안고 어쩌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존심 때문에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술자리의 회포 정도로 풀어버리려 한다.

요즘 젊은 아빠 중에는 아이들의 교육과 삶에 깊이 관여하며 자존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가족부양이라는 책임감으로 힘든 시간을 감내하고 있다. 이들에게도 많은 위로와 이해 그리고 따뜻한 마음의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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