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성찰

by 최선화

일상의 성찰

머리로 진리를 말하고 입으로 사랑을 전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약간의 용기와 뻔뻔함이 있다면 더 쉬워진다. 그러나 일상의 삶에서 실제로 진리와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상황이 어려울 때는.

지난주에는 집안에 발생한 작은 사건으로 인해 가족들이 모이고 동원되어 별 무리 없이 일이 잘 처리되었다. 그런데도 내 가슴에는 상처와 분노가 계속 남아있었다. 가족 간의 일이 어려운 이유는 밀접한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는 사실과 오랜 시간 동안 쌓인 미해결 과제가 남아있어 선입견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내 편에서는 백번 양보하고 수용했지만 그래도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느끼는 피로도와 불편을 넘어 분노의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좋은 말로 이야기해 보기도 하고 내가 많이 상처 받는다고 하자, 상대방은 전혀 몰랐다며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지속되는 언행에 별 유치한 생각까지 하며 머리와 가슴이 게운치 않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내 나름 진리를 추구해왔고 도를 닦는 자세로 살아왔다. 그런데도 현실적인 상황과 구체적인 일과 행동 앞에서 이렇게 흔들리는 자신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순간적인 생각과 감정으로 후회할 말과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그 순간 명확히 보았다, 내 속에 무엇이 남아있고 그곳에 쌓인 세상의 부산물들을. 나는 분명 세상의 일부로 세상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 혼자만이 해탈해서 다른 세계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매일의 일상에서 순간순간 시험에 빠지기도 한다. 단, 차이점은 그런 세상 속에 살면서 때로는 밀려오는 파고에 부침하지만 그래도 구심점을 회복하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분노가 번져나갈 쯤에 내 머리를 스친 생각은 이제껏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그리고 진정으로 내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그것을 지키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

말로는 영성이니, 자비니 뭔 소린들 못하겠는가? 그러나 그런 말의 참뜻을 매 순간의 삶에서 스스로 표현하고 유지하지 못한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그런 거짓과 위선이 싫어서 스스로 택한 진리와 도의 길에서는 냉혹하리만큼 자신에게 정직해질 수밖에 없고 스스로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 포장된 온갖 좋은 말보다 생활의 매 순간마다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고 조율하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책임감을 전적으로 수용하며 실천하는 일이 우선이다. 이런 책임 있는 태도는 매 순간 깨어있으며 바른 초점을 유지할 때 이루어진다. 설령 순간적으로 벗어났다고 해도 바로 다시 돌아가고 회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다짐했다. 말은 적게 하고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하자고. 말의 무게에서 벗어나서 더 가뿐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진정으로 내가 누구이고 어떤 존재인가?라는 나의 정체성을 언제 어디서나 온전하게 드러내자고.

이전 06화나부터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