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계획

by 최선화

무더위와 함께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낯선 공간에서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행은 즐겁고 신나며 기대에 부풀게 한다, 마치 어릴 적 소풍 가기 전날 같은 흥분이 인다.

여행에서 무엇을 하고 보고 먹을 것인가는, 휴가와 여행의 중요 요소로 여겨져서 열심히 자료를 검색하며 준비한다. 그런데 함께 하는 사람과의 대화 방법과 상호작용의 질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아무런 준비 없이 가볍게 여긴다.


통계에 의하면 가장 이혼율이 올라가는 시기는 휴가를 다녀온 직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함께하는 시간이 어땠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외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내적이고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모두가 즐겁고 비용을 쓸만했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많은 모임이 단체여행 후 깨어지고 여행하는 동안 벌어진 일로 평생 갈라서는 경우도 많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 간 여행과 휴가에서.


며칠 전 여러 사람이 오랜만에 함께 즐겁게 지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동안은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찻집에서 음식값만큼의 찻값을 지불하고 대화의 문을 열면서부터는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일을 기억하며 잘못을 지적하자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람과 반복되는 상호작용 행태에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일었다. 얼른 화제를 바꾸어서 분위기의 반전을 시도했지만, 말하는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순간적인 불꽃이 튀었다. 한쪽의 다소 억울한 강요를 다른 편이 받아들이면서 대충 넘겼다.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하는 사람, 주도적으로 말을 이어가며 일방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말에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는 사람, 가치관과 태도의 차이로 인한 이해 부족... 비싼 밥 먹고 귀한 시간 들여서 이렇게 만나고 나누는 이유가 뭔지 혼동이 일었다.


다양한 사람이 모이면 각자의 의견과 태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차이를 서로가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옳고 그름이나 판단과 비난 더 나아가서 일방적 강요가 된다면 험악한 상황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상당한 자제력을 발휘한 우아한 수준이었지만 아이를 방치하는 어른들, 사람들 간의 다툼,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무례와 자연을 망가뜨리는 볼썽사나운 행위 등등...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에 인간 세상이라고 하지만 놀이와 휴가 그리고 여행의 의미가 더 아름답고 품격을 지니며 모두의 가슴을 씻어주고 향기로 채워주는 영혼의 휴식을 누릴 수는 없을까?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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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수준이 사람의 인격적 됨됨이와 소양을 드러내는 수준이 아니라 작은 행동과 말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친절이야말로 인간 됨됨이를 더 정확하게 드러낸다. 그동안 소비 수준도 높아졌고 겉모습은 더 우아해졌다. 겉으로 보기엔 어디에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달라졌다. 하지만 사람과 자연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라는 측면에서는 더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며 천박한 자기 과시로 변해가지나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돈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인간적인 품위와 친절 그리고 품격 있는 태도는 자연스럽게 풍기는 향기와 같다. 진정한 품위는 소비나 과시 아니면 거드름이나 허풍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더 깊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있는 척, 아는 척, 예쁜 척 등등의 태도는 그렇지 못한 사람의 포장과 몸짓에 불과하다.

정직하고 솔직한 모습과 진솔한 상호작용이 품격 있고 우아한 향기를 전할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는 바로 내 인격을 드러내며 겸양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 더 풍성한 상호작용과 품격을 높인다. 이런 일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만들어지기보다는 삶의 태도와 본보기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며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바로 이런 태도를 익혀나가는 것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번 휴가의 준비물 목록에 ‘타인에 존중과 배려 그리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기’라는 덕목을 챙겨가 보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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