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샘물

by 최선화


어릴 적 어머니가 무심코 한 말이 오랫동안 내 가슴에 맴돌았다. 어머니는 일이 많아서 절에 갈 수 없게 되자 혼잣말로 ‘그래, 부처는 내 가슴에 있지’라고 하셨다. 참 이상했다. 부처는 절에 모셔져 있는데 왜 어머니 가슴에 있다고 할까? 그렇다면 내 가슴에는 없는가? 어머니가 한 말의 의미가 뭘까? 그날부터 나는 내 가슴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말 부처님이 내 가슴에 계신지 알아보기 위해서.


놀랍고 경이로운 내 영혼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내 가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자 부처님은 찾지 못했지만 맑은 샘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우리 집 앞에 있던 샘 같은 맑은 물이 끊임없이 퐁퐁 솟아오르며 내 영혼을 적셔주고 목마름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그곳이 내가 진정으로 쉼을 얻을 수 있고 고귀하고 아름다운 삶의 영감이 이곳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래서 위로가 필요할 때, 아니면 뭔가 공허함이나 외로움을 느낄 때면 그곳으로 달려가서 조용히 위로받고 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곳은 내 가슴속 옹달샘이 되어 언제나 달려갈 수 있는 나만의 비밀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김영랑의 시를 읽다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곳은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김영랑은 ‘내 마음 어딘가에 강물이 흐르네’라고 했다. 나는 시에서 말하는 것이 바로 내가 발견한 내 가슴속의 샘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모두의 가슴에는 이런 영혼의 성소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다. 내 삶의 모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은, 모두 여기에서 흘러나와서 채워주기에 이곳이야말로 내 삶의 근원이고 원천이라는 사실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내 영혼의 샘물 가에서 조용히 묵상하고 반성하며 나를 가꾸어 가고 있다. 나의 성소를 청소하고 막힌 돌을 치우고 작은 모래알 같은 찌꺼기들, 부끄러움이나 수치심 아니면 나도 모르게 지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 같은 세상살이의 경험에서 나온 묶은 때를 벗겨내고 있다. 내 영혼의 샘을 정갈하게 가꾸고 지키는 것은 전적으로 나만의 책임이며 이곳을 더럽힐 수 없기에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다. 이렇게 근원에서 나온 맑은 영혼의 샘은 나에게 세상에서의 상처와 흔적을 털어버리고 말끔히 씻어버리고서 맑고 고운 모습으로 피어나라고 한다.


아! 바로 이것이 어릴 적 어머니가 말한 부처의 자비와 광명이었구나! 이것을 부처 아니면 신의 사랑과 은총 그것도 아니라면 생명의 근원 등 뭐라 불러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 실체는 하나로 모두가 같은 생명의 원천을 말하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