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샘물 2

by 최선화

어릴 적 동네 우물을 치는 날은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볼거리였다. 물이 탁해지면 어른들은 날을 잡아 우물 치기 작업을 했다. 고인 물은 모두 버리고 물길을 막고 있던 돌과 자갈을 걷어내고 이끼도 닦아내어 말끔히 청소해서 물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면 바위틈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맑은 물이 퐁퐁 솟아올랐다. 그 아까운 물을 다시 다 퍼내 버리기를 반복하면 더 큰 물길이 열렸다. 참 이상했다, 퍼내면 퍼낼수록 더 많은 물이 고이기에 마냥 신기할 따름이었다.

‘내 마음의 강물’이라는 노래처럼 우리 모두 안에는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이 강물 되어 끝없이 흐르고 있다, 그것이 생명의 원천이기에. 하지만 이 샘이 막혀서 잘 흐리지 않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오염되어 마실 수 없게 되고, 심하면 우물이 마르듯 물길이 끊겨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물 치기가 필요하다. 내 생명의 물길을 막고 있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 심리적 요인은 얼마든지 많을 수 있다. 그 모두에도 불구하고 내 생명을 유지하고 삶을 사는 것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그 모든 어리석은 변명을 잠재우고 털어버리며 우뚝 서게 한다. 그래서 그 생명의 강가로 가서 마음껏 들이키며 나와 내 이웃 모두의 갈증과 목마름을 채워나가게 된다.


이렇게 잘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부지런히 청소하는 것을 넘어서 자꾸 퍼내서 사용하는 것이다. 퍼내면 낼수록 더 큰 물길이 잡히며 더 많은 축복을 누리고 전할 수 있기에. 이렇게 넘치는 축복도 사용하지 않으면 말라버리기에.

사람들은 사는 것이 무의미하고 가슴이 공허하다고 한다. 그래서 돈, 명예, 지식, 일 아니면 주색잡기 등 온갖 허접한 것으로 공허감을 메꾸려 하지만 잠시 잊을 뿐 공허감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그것이 진실도 참도 아니기에 잠시만의 착각에 지나지 않게 된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는 ‘이제는 청춘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거울 앞에 앉은 내 누님 같은 꽃’이라고 했다. 그래, 이제는 길고 긴 객기와 청춘의 방황에서 돌아와 거울 앞에 조용히 앉아서 거울을 보듯 내 가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다시 생명의 소리를 들으며 우물 치기를 해야 한다. 그곳이 바로 내 가슴이 채워지고 내 영혼이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기에. 그런 축복으로 나와 내 주변의 삶을 생명의 숲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기에. 퍼내면 퍼낼수록 더 많이 흐르는 생명의 풍요를 이 땅에 전하며 함께 누릴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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