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샘물 13

by 최선화

꽃다운 20대에 장애인이 된 한 여성은 삶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구의 말도, 무엇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다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똑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장애인들이 모여서 웃고 떠드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이런 처지에 웃음이 나와?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냉소적인 태도로 죽지 못해 숨만 쉬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지 그들과 어울려서 떠들고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한다. 죽을 것 같은 아픔과 노여움도 세월의 강물에 씻겨나가며 스스로 힘을 회복해 나갔던 것이다.


충격적인 사고로 몸져누운 사람을 보면 영원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 화제로 모든 재산을 날려버린 사람도 저들을 다시 일으켜 세울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느 날 스스로 일어나게 된다. 누가, 무엇이 이들을 붙잡아 세웠을까?

생명의 복원력과 탄성에서 나오는 치유력은 인간의 좁은 상상력을 초월한다. 쓰러진 코스모스가 누운 채 일어나듯이, 부러지고 꺾인 가지에서 새 움이 트고 뿌리가 자라듯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돌보는 것은, 돈도 가족도 아니다. 그들은 옆에서 거들었을 뿐이고 잔심부름을 한 것뿐이다, 마치 의사가 병을 치료한 게 아니라 생명현상을 도왔을 뿐인 것처럼. 살아있는 목숨은 어떡해서든 살아간다, 전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치 우연 같은 필연으로 이어지며 기적 같은 현실로 삶이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전환을 가져오는 마법은 ‘범사에 감사하라.’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모든 불만과 상처를 잠재우며 마음속 교만과 집착에서 벗어나서 현실을 수용하며 직시하게 한다. ‘내가 왜? 왜 나인가?’라는 온갖 원망에서 벗어나게 하며 기꺼이 감사하며 받아들이게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아니어야 할 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그러니 삶의 강물을 따라 흘러가며 감사함으로써 순간순간의 축복을 흘려버리지 말자.


사람이 살아온 일생을 뒤돌아보면 그때서야 알 수 있다. 삶은 축제였고 축복이었으며 기적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우리 어머니같이 이름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온 분도 노후에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단지 그 기적과 축복을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저 멀리 있는 아지랑이처럼 아물거리는 허상을 애타게 쫓다 포기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고 발 앞에 핀 꽃송이를 보게 되었다고. 그러니 지금 주어진 축복을 받아들이고 감사하라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최고의 명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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