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샘물 14

by 최선화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치명적인 결과로 삶이 모두 끝나버린 것 같은 절망감을 느끼는 일도 있다. 중도 장애인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온 사람들이다. 몇 번의 자살 시도에도 죽지 못해서 산다고 한다. 죽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삶에 대한 애착이 더 크고 어떻게 살지는 모르겠지만 살고자 하는 미련이 남아 마지막 끈을 놓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벼랑 끝에서 다시 일어선 사람, 처절한 죽음을 직면해 본 사람의 삶에 대한 자세는 남다르다. 그냥 그럭저럭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며 하루하루가 절절해진다. 꼭 신체적 장애가 아니라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 죽음이라는 벼랑 끝에 서본 사람들은 우아하게 표현하자면 시인이 된다. 그럴 품위와 용기가 없는 사람은 막가파가 될 것이다.

시인은 순간순간 살아있음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놓쳐 버리는 진실을 붙잡고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시인의 삶은 가난하고 고대지만 품격과 기품을 지닌다.

벼랑 끝에 선 사람을 붙잡은 것은 무엇일까? 뭐라고 표현하든 간에 그것은 생명 자체의 살고자 하는 특성이며 사랑이다. 그래서 벼랑에서 돌아설 때는 이미 쓸모없는 것은 모두 던져버리고 삶의 정수만을 가슴으로 부여잡고 돌아서게 된다.

삶이 여행이고 배움의 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 그 모두가 다 경험이고 학습이다, 마치 배우가 어떤 역할을 하건 상관없는 것과 같이. 세속적인 것들을 초월할 수 있는 자기 정체성과 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빛나는 주인공이 될 것이며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이 될 것이다.

삶의 강물은 우리의 진정한 가치와 삶의 근본적인 의미를 말없이 전해주기에 강물을 기억하고 들이켜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 본질 외에는 아무래도 좋고 괜찮다는 것을 알며 세상사 모두를 초월할 수 있다. 그래서 어디서 무엇을 하건 어떻게 살건, 그 사람이 존재하기에 바로 그곳이 꽃밭이 되고 꽃길이 된다, 예수나 부처가 그랬던 것처럼. 부처님이 계신 곳은 시장통이라도 법석이 되며 예수님이 행한 것은 비록 미천한 사람에게 행한 것이라도 다 기적이 되듯이.

삶의 본질인 사랑과 지혜와 생명은 언제 어디서나 빛과 온기를 발하며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빛나게 마련이다. 어떤 처지에서도 모두의 가슴에 도도히 흐르는 생명의 물줄기를 기억하고 들이키며 함께할 수 있다면 바로 그 자리가 꽃자리가 된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가시방석이 아니라 바로 꽃자리다. 그 자리가 전하는 축복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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