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샘물 12

by 최선화

어릴 적부터 인식해 온 내 마음의 샘물은 언제나 맑고 청량하며 시원한 생수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온천수로 변해있는 것을 발견한 것은 장애인복지사업에 집중하던 때였다.

현장에서 장애인을 마주하고 그들의 비루한 삶을 목격하면서부터 내 마음에는 측은지심이 깊이 자리 잡았다. 이것은 단순한 동정심이나 감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 연민과 그것을 넘은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처지가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사뭇 달라졌다. 더구나 중도 장애인의 상처와 분노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를 목격하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이들 편이 되어 그들을 위로하고 보살피는 따뜻한 온천물이 솟아올랐던 것이다.


그들의 삶에서 나온 분노와 무례, 비상식이 상식화된 행동들을 보며 이들을 위로하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인간적인 온기와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오랫동안 씻을 기회가 없었던 사람은 냉수로 세수하는 것을 넘어서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그고 녹이며 정성을 들여서 묵은 때를 씻어내는 과정이 요구되는 것과 같았다. 그런 온천물 같은 온기와 애정 어린 이해를 통해서 치유되며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애인이 아니라도 누군들 이런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까? 누군들 이런 관심과 돌봄이 가슴속 엉어리들을 치유해주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장애가 없는 사람은 없다. 나이 들면 누구나 장애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다 예비장애인이며 이미 이런저런 장애를 지니고 산다. 그러기에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녹이는 육신의 치유와 함께 가슴을 억압하고 있는 짐들에서 벗어나는 무장해제가 요구된다.

동화에서처럼 이런 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은 찬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다. 따사로운 봄볕 같은 온기와 위로만이 이들이 차갑고 어두운 소외와 방어에서 벗어나서 제 발로 걸으며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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