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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화 May 27. 2023

방하착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금강경 축약본을 읽었다. 그야말로 금강석 같은 말씀으로 가슴에 다시 새기게 된다. 마음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국 탐.진.치와 분별심을 부처님께 바침으로써 그 모든 아상과 거짓에서 벗어나서 맑고 청정한 마음으로 자비와 광명의 빛을 발하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이것을 주님께 바친다고 하여 같은 내용이다. 인간이 허상에 붙들려 어둠의 세계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그 모두를 내려놓음으로써 신의 형상인 진면목을 회복하며 사랑과 지혜의 빛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방하착’은 불교 용어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것에는 쉽게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것,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모두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에는 조금 갸우뚱할 수 있다. 그러나 좋거나 싫고 나쁘다는 그 분별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 핵심이다. 과연 사람의 분별심과 그 기준이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그러니 그런 마음과 형상마저 버림으로써 해탈이 가능해질 것이다. 

 자동발생적으로 일어나는 생각과 마음의 형상들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결국 아상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혼자서 내려놓으려고 애쓰기보다는 부처님이나 주님께 고백하고 그 모든 마음을 기꺼이 바침으로써 스스로 비우고 벗어나는 것이 좀 더 실행하기 쉬운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참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인 말씀이다. 그 모든 짐을 스스로 지고 고통당하는 중생을 위해서 밝고 큰길을 말씀으로 열어주셨다. 그래서 ‘수고하고 짐 진 자,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하신 말씀과 일치한다. 문제는 이런 말씀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실천하며 그럼으로써 지금 바로 순간순간을 말씀에 충실히 살아가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분별심에서 벗어나는 것을 매일의 수행으로 삼고 닦아 나가는 것은, 깨어있음과 집중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렇지 못하게 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어 어둠 속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기에 이런 지혜의 말씀은 수 천 년 전에 주어졌지만, 아직도 인간 세계는 자비와 광명보다는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다. 

     

 어둠 속에서는 작은 불도 멀리 비추며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고 있다. 그러기에 어둠보다는 불빛이 더 빛나며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안내자가 되고 있다. 이런 말씀이 면면히 이어져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삶에 길잡이가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무슨 생각이든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모두 부처님께 바치는 태도와 마음이 바로 수행이며 참 존재의 길이다. 어떤 일이라도 기도드리며 주님께 고하고 내려놓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 사람의 길이듯이. 그럼으로써 업장을 넘어서 청정함으로 해탈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의식과 무의식에 남아있는 어둠의 기억을 씻어내고 정화하며 사랑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라는 아상과 그림자에서 벗어나서 빛과 진리와 자비를 드러나는 진정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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