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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화 Apr 18. 2024

삶의 예술

4. 문제 해결

 필자가 사회과학을 공부하게 된 동기와 의도는 어릴 적 주변에서 본 문제들을 해결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가난, 무지, 질병과 학대 등의 인간사에 만연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고 힘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새 희망의 길을 열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어린 생각으로는 바른 사회정책과 교육을 통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았다.


 그러나 대학에서 책 읽기로 세월을 보내다 알게 된 사실은 가난은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더니 그 심연은 깊었고 도저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기심과 자기 목적 달성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서는 고상한 가치나 이상적 현실과 아름다움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요원해 보였다. 가난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산적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없어 헤매다가 어느 날 우연히 한 문장을 만나게 되었다.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라질 뿐이다-노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나는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리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문제가 어떻게 사라진다는 것인가? 얼마간을 이 문장과 씨름하다 어느 날 드디어 화두가 풀렸다. 

     

 그래, 문제가 안 되는 차원으로 시각과 관점이 바꿔야지 문제 자체를 놓고서 해결하려는 노력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허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릴 적엔 문제였던 것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이미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그것은 마치 어둠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불을 밝히면 되는 것과 같다, 어둠은 단지 빛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러지 않고 어둠을 퍼내려고 하는 시도는 출발점부터 잘못된 것이다.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현상을 우리는 문제라고 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엄청난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쏟아붓지만, 문제는 한여름 잡초보다 더 질긴 생명력으로 번져나가며 봇물 터지듯 이리저리 퍼져나간다.      

 그러기에 그보다는 존재해야 할 가치와 덕목을 표현해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생명의 논리다. 가난한 곳에는 풍요의 정신을, 무지한 곳에는 깨달음과 지혜를, 질병이 있는 곳에는 생명력을, 학대가 있는 곳에는 사랑을 심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부재한 현상을 놓고 씨름하다 보면 길을 잃게 되다 결국은 그 문제들에 함몰되어 함께 침몰 될 것이다. 부재한 것과 다투고 씨름하는 것은 생명의 논리가 아니며 생명은 다투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주고 베풀며 모두를 살린다. 

 그래서 쓰러진 풀도 다시 일어서게 하고 타버린 나뭇가지에서도 새로운 움이 돋아나게 한다. 그렇게 살리는 것, 그것이 생명의 힘이다. 우리 몸의 생명력이 우리를 살리듯이 생명력의 표현을 통해서 자신이 처한 주변과 환경에 생기를 불어넣고 생명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삶의 과정이며 죽음이 아닌 진정한 삶으로 사람이 해야 할 일이며 존재 이유다. 생명이 우리를 살려 살아가게 하듯이 주변 환경에도 생명의 특성인 사랑과 지혜와 삶을 표현해냄으로써 문제라는 어둠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존재하는 것 같은 문제는 애초에 허상이다. 그것은 진정한 가치의 부재로 나타난 현상일 뿐이다. 그러기에 진정한 하늘의 가치와 천국의 가치를 인간이 이 땅에서 드러내고 그렇게 살아간다면 허상은 사라질 것이며 삶이라는, 생명이라는 진정한 가치가 그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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