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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Dec 04. 2024

기억상실을 겪었습니다만, 아뇨 아뇨 저 정말 괜찮아요.

내 눈가에선 눈물이 흘렀다. 잔뜩 흘렀다. 눈부실 만큼,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쓰러진 날, 그날은 부서질듯한 내 심장을 한 조각 쓱 퍼-

괜찮다고 웃어주고 싶었다. 그리곤 기억이 없다.

잘 나지 않는다. 기억해 내고 싶었던 모든 것이

현기증처럼 사라졌다. 홀연히,

마치 연기라도 되는 듯이.



그날은 웃어지지 않았다. 이상하게, 

한 번 두 번 쉴 새 없이 쓰러지며 죽을 수도 있다는 생명의 위협, 을 느꼈다.



이 상태라면 풀썩 풀썩 또 쓰러져 누군가

내 기억이 아니라 모든 걸 앗아갈 수도 있겠거니와.

도통 뭘 먹지도, 쉽사리 잠이 들지도 않던

어느 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여러 번 연달아 쓰러진 걸로 안다.

여기서 손목이 더 얇아질 수도 있구나를 느꼈고

나보다 놀랐을 엄마, 오뚝이처럼 일어나

메모리 용량이 꽉 찬 내 폰을 보더니,

울며 소리쳤다. 물론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했다.

쓰러졌었다는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모든 건 11년 후에서야 인지할 수 있었다.

너 그때 많이 아팠고 기억 상실이었고.. 어 그랬어,

라고.)



더군다나 기억상실을 겪었다는 것은 인지도

인정도 안 됐다.

그런 나는 카카오톡과 문자를 확인 후

울었다. 기억이 채 나지 않아서



그때 그의 이름이 보였다, 누구지? 누구더라?

울었다. 왜 이때에 하필 왜. 나야, 울었다.



카카오톡, 문자를 보고 그와 내 관계를 유추해 냈다. 친구는 아니고, 지인인가?

아닌가? 사귀는 사인가? 아닌가 보다.

일단, 사랑해.라는 말이 없고 그래 이건

다행이다 싶었다.



고놈의 기억상실로 인해 하나뿐인 남자친구를

기억 못 하는 사람이 되긴 싫었다.

썸인가 그럼?! 썸이면 어쩌지.. 어쩌냐 나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하.. 아 한숨을 한참 쉬다 나 왜 갑자기 기억이 

안 나지? 하고 여유 부릴 때가 전혀 아녔다.



썸이라면 서로 좋아하는 사이, 그런 관계를

기억 못 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썸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아녀도 같이 매일보고 빙수 먹고 밥 먹고

영화 볼 수 있나?! 대체 누구야 얜.



썸이거나, 많이 친해 보이는데. 아주 절친한 사이?

정의 내리기 힘들었다.



일단 썸만 아니면 돼. 아니지,

사귀는 사인 아니겠지? 그냥 물어볼까?

아니야.. 나도 지금 이 현실이 안 믿기는데.



갑자기 이렇게 기억이 사라졌다고 누가 믿어?

일단 됐고 기억은 못 찾겠고 연락을..

답을 안 했네.. 내가



무슨 사인 줄 알고 답을 해?

뭐라고 해? 망했다. 내 인생,

썸이든 내 남자친구든 내가 고백하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면 어떻게?



아냐.. 그럴 리 없어. 일단 전화 번호부에 애칭 없고

풀네임 그대로면 아무 사이도 아닌 거겠지?

그냥 좀 친한 사이?



그냥 웃자 ㅋㅋㅋㅋㅋ 이게 가장 무난해,

혹시 만나보면 기억이 날까?



영원히, 진짜 영원히 기억이 안 나면 어쩌지?

말도 안 되게 소중한 사람인 데다..

에이 아냐 아냐.. 그건 드라마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지.



친한 건 알겠는데, 이 사람이랑 난 뭐지?

성격 좋아 보이고. 문자 보니 여사친도 많고

바람둥이구나?! 그래.. 무슨 썸이야. 에이~ 아니야

아무 사이도, 기억이 돌아오면 모를까



그냥 이 기억으로 살면 돼.

이게 진실이구나 하고,



뾰족한 수가 없잖아.

답도 없고 눈물만 나



계속 여기서 울고만 있을 수도 없잖아,

몇 차례나 계속 연달아 쓰러졌으니 기억할리 만무하다.



그래서 그렇게 물었나 보다, 

그것도 3~5번 이상. 계속, 계속.



넌 그렇게 모든 여자들에게 잘해줘?

아니.. 이 난 그냥 친하면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가 하고.. 네가 원래 그렇게 잘해주는지가 궁금해서,



기억이 없었구나 이 때도,

이름을 보고 엉엉 울기만 하고

기억이 없었구나, 하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만큼 아팠구나.



너를 기억 못 하는 게 너무나 서러워서.

최근 목록에서 본 너의 이름에 얘 누구지? 싶었으면서도 그렇게 서럽게 울었구나..



기억 상실, 하루에 있던 일이 다 끔찍하고

아팠을 텐데. 화를 그토록 스스로에게 아주 세게 처음 냈었구나, 기억해 내라고. 제발 기억하라고.



나 이상해. 갑자기 기억이 안 나는데.

심장이 뻐엉, 뚫린 듯이 울더니 가슴 세게 치며 기억하라고. 기억해. 왜 갑자기 이래?

한 없이 울다가 결국 난,



기억이 안 나. 난 그렇게 타협을 봤다.

썸?! 아냐. 조금 친한 사이? 많이 친한 사이?

바람둥이인가? 뭐지.. 왜 자꾸 눈물이 나지

중요한 걸 새까맣게 다 잊은 느낌.



p.s 나에게 한 없이 다정한 그를 보고 하루

아침에 기억이 사라진 나는 내 마음대로 문자를

해석해 읽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날 보고 자꾸 웃지? 왜 이렇게 다정해?

*한 없이 다정한 사람= 조심해야 해, 바람둥이?? 의 공식이 성립되었던 여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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