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얼굴을 더듬어 윤곽을 만져보곤 했다. 앞이 안 보이는 영화 주인공처럼 얼굴을 손으로 더듬어보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도록.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하며 대비하는 버릇 때문이었다.
눈 근처에 아주 조그만 흉터까지 쓰다듬었다. 그 사람은 자신도 잘 모르는 흉터라고 했다. 흉터의 주인은 관심 없는 흉터가 어디서 어떻게 생긴 건지, 내가 만나본 적 없는 시간을 혼자 더듬어보곤 했다. 0.5cm도 안 될 작은 흉터가 귀엽고 안쓰러웠다.
또 쇄골 안쪽에 길고 깊은 흉터를 자주 만져보곤 했다. 함께 지나온 시간에 생긴 흉터였다. 그 사람은 아파질 때마다 얼마나 아픈지 10 중의 몇으로 알려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통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 고통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 후에 남은 자국이었다.
짐작하기 어려웠던 고통. 지나왔다는 사실만이라도 기억해주고 싶었다. 흉터를 만지면서 그 사람이 견딘 시간을 알아차리고 싶었다. 남들이 흔히 갖지 못한 그 흉터를 좋아했다. 나도 조금은 나눠 가진 시간의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