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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Oct 31. 2021

그림과 공감 이야기로 위로받은 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지친 마음에 힘이 되어주는 그림 이야기

참 따뜻한 책이다. 저자는 중고등학교 교사로 10년간 재직하며 경제, 사회문화, 역사를 가르쳤고 중동의 작은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며 지내는 맘이다. 낯선 환경에서 생활할 때 불안함과 외로움을 느낄 찰나에 미술사 관련 책을 들여다보고 명화 속 따뜻한 풍경에 위로를 지혜를 얻은 이야기를 엮었다. 다섯 가지의 주제로 나눈 이 책은 1장 '나를 사랑하기 힘든 밤, 그림을 읽다'에서 내 모습이 미워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 때 2장 '상처가 아물지 않는 밤, 그림을 읽다'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힘든 순간, 3장 '관계의 답을 몰라 헤매던 밤, 그림을 읽다'에서는 인간관계에서 혼란스러울 때, 4장 '위로 다운 위로가 필요한 밤, 그림을 읽다'에서 진정한 위로를, 마지막 5장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밤, 그림을 읽다'에서는 스스로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때 답이 될만한 그림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중동의 작은 나라로 가게 된 이야기, 교사일 때 겪었던 일 등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면서 또 자신이 위로받았던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내용이 재밌어서 첫날 다 읽게 되었고, 마지막 날인 오늘 또 한 번 읽으니 분노와 슬픔, 기쁨, 행복이 함께 밀려온다. 에세이 형식으로 본인의 스토리텔링을 할 때는 무한 공감을 하며 읽었다. 나도 해외에 혼자 살 때 두려움, 그러나 해야 할 일이 더 많아 나의 감정을 제쳐두고 외로움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이제 해외살이는 진절머리가 난다고 느낄 때쯤 친구가 결혼해서 네덜란드에 가서 산다고 했을 때 걱정이 많이 되었다. 낯선 나라에서 사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안부를 묻는 사이로 변한 그 친구에게 잘 지내냐고 물으니 한국 사람이 많은 곳은 나랑 맞는 사람과 다니면 되는데 여기는 사회가 좁아서 안 맞는 사람하고도 잘 지내야 한다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아이가 있어 또 양육 도움을 안 받을 순 없고 사회생활에서 느끼던 인간관계를 여기서 또 느끼게 된다고. 작가의 남편도 아내가 낯선 땅에서 친구를 많이 만들어 적응 잘하며 아이들도 잘 키우길 바랐을 거다. 그러나 성향이 다른데 나의 기질을 바꿔가며 노력할 필요는 없다. 다른 스트레스가 많은데 굳이 스트레스를 얹을 필요가 없다. 주변에 자주 싸우는 커플이나 부부는 주로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바꾸려다 화병 나는 경우다. 본인도 안 바뀌는데 가족이란 이유로 남을 바꾸려 하다니. 그때는 그냥 한마디 '너나 바뀌세요.'


각 챕터는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위로받은 그림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작가의 뒷이야기와 또다시 한번 작품과 주제를 엮어서 풀고 있어서 심리 상담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처음 작가의 이야기에서는 맞아 맞아! 공감을 하다가 몇백 년 전 혼란의 시기에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들의 그림이 완성된 이야기에 몰입되었다가 결국 우리가 힘든 맘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알려준달까? 회사에서 같이 몇 년 동안 역경을 겪어온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우리가 그런 사람을 이전에 악당을 겪어서 이제는 다른 사람이 와도 단련이 된 거 같다고. 경험은 어떠한 경우라도 도움이 되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과거의 나는 상처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야기를 바꿀 힘이 있다.' 책장을 앞으로 넘겨 다시 이야기를 쓰는 건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맥락을 바꿀 수 있다. 이제는 상황과 조건이 달라졌으므로. 과거의 상처가 나를 덮쳐올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해 보자. 새로운 책장의 이야기는 나만이 쓸 수 있으니깐. 
'그래서'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간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맞으며 우리는 상처를 받았다. 상처를 마주하는 힘도 없었던 어릴 때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 때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불공평한 상황에 맞설 용기가 생겼다고 할까? 상처도 살아가는 힘을 준다. 이제는 당하기만 하던 어린 내가 아니라 상황과 조건이 달라져서 대항하거나, 마주하거나, 또는 회피하거나, 이해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 중에 내가 고를 용기가 생긴다. 상처를 그냥 묻어 둘게 아니라 털어놓고 마주하고 부딪쳐야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직장에서 기울인 노력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을뿐더러 내 열의는 과도한 추가 업무만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힘든 업무를 피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굴거나 직장 동료에게 민폐를 끼치는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편안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책임감이나 업무 능력, 열의를 키운들 모슨 소용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직장 사춘기가 왔습니다


나라면 분노할 상황을 아주 고급스럽게 표현한 문장이 마음에 든다. 작가는 문장에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데도 마음이 동하게 만든다. 빠져들게 만든다. 분노하게 만들고 공감하게 만든다. 그 상황으로 내가 들어가게끔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새로운 취미나 활동을 권한다고 한다. 나 역시 공감했다. 어차피 밥벌이가 이 정도라면 기본만 하고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다시 떠올리기에 나는 너무 소중하기에. 글쓰기를 시작하고 내가 정말 우물 안에 갇혀 있었구나 반성하게 되었다. 이렇게나 열정적인 사람들,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그저 회사만 바라보고 살았구나 싶어 반성도 하게 되고 그래서 앞으로의 나의 발전과 성장이 기대가 된다. 


이 책은 한 가정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노력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본인에게 주어진 페르소나를 잘 지키고자 노력하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그림을 보며 행복했거나 위로받은 순간을 잘 풀어내고 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하고 또 그림을 통해 눈과 마음을 힐링하고 너만 그런 거 아니라는 위로와 내가 먼저 겪어봐서 아는데 이러면 좋아!라는 경험을 전해 마음을 치유한다.

잘 쓰인 심리학 책을 읽은 기분이다.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몇 권 더 사야겠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이 가득해서 더더욱 반가웠다. 여행 때 방문한 박물관에 다시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그림을 통해 받았던 위로를 저자가 우리에게 권하는 각각의 그림은 우리를 다독여주고 한발 더 나아가게 만들 것이다.  


밤을 함께 지새우고 싶은 책을 찾았다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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