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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Oct 31. 2021

죽음의 수용소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가?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3년 동안 다카우와 강제수용소가 있는 아우슈비츠에서 보낸 빈 의과대학의 신경정신과 교수. 이때의 경험을 엮은 『강제수용소를 체험한 한 심리학자』책을 출판하고 치료 이론으로서 의미치료인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주창했다. 원제는 Man's Search for Meaning이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생사의 엇갈림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고 인간 존엄성의 승리를 보여준 프랭클 박사의 자서전적인 체험수기이며 많은 이들의 인생을 바꾼 인생 책으로 손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부모, 형제, 아내를 모두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잃었고 자신도 끌려가 추위와 굶주림, 폭행과 공포에 시달렸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적나라한 악의를 목도하도 경험했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스한 마음과 희망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어떤 존재에도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 치료법 이론인 로고테라피를 창시한다. 


그리스어 로고스(Logos)와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Therapy)가 합쳐진 로고테라피는 '빈 제3정신 의학이'이론이라고도 불린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기울이는 노력이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동력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일깨우는 것. 인간이 스스로 삶의 의미를 대면하고 알아내도록 도와주는 기법이다. 
빅터 프랭클과 로고테라피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부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에서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고통스럽고 참혹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2부의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에서는 정립한 로고테라피를 소개하고 예시들을 통해 실생활에 어떤 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마지막 3부 <비극 속에서의 낙관>에서는 로고테라피 이론의 핵심을 보충 설명하며 인간의 의지와 삶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니체



모든 상황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상실하도록 만드는 강제수용소.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보통 사람일 뿐인데, '자신의 시련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외형적인 운명을 초월하는 인간의 능력을 보여준 사람들도 있다. 또 다른 지배자인 '카포'는 누구인가? 카포들은 절대 굶는 일이 없었다. 수용소에 있을 때 가장 영양섭취를 잘한 카포는 수감자 중에 뽑았으며 나치 대원들보다 수감자들에게 더 가혹하고 악질적인 경우가 많았다. 수송될 처지에 놓인 수감자들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여유도 없었다. 집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위해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 아니면 곧 끌려갈 친구의 목숨을 구해주어야 한다는 생각. 주저하지 않고 자기를 대신할 다른 번호를 수송자 명단에 집어넣기도 했다. 


함께 들어온 사람의 90퍼센트는 죽은 행을 선고받은 죽음의 수용소. 자신의 몸뚱이 외에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곳. 쌀쌀한 늦가을의 샤워를 하고 아직 물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서있었는 데 모두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모두 심각한 비타민 결핍증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잇몸은 어느 때보다 건강했다. 찰과상을 입어도 상처가 곪는 법은 없었다. 도스토옙스키가 어떤 사람이 인간을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한 게 증명된 일이다. 


누군가가 옆에서 쓰러지면 그의 신발과 바꿔 신었다. 죽은 사람의 외투를 가져가고 죽은 사람이 먹다 남긴 지저분한 감자를 가져갔다. 끊임없는 허기와 강제 노역에 이어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본능이 발동하는 것이다. 죽도록 피곤한 몸으로 막사 바닥에 앉아 수프 그릇을 들고 있는 사이 동료가 달려왔다. 해가 지는 멋진 풍경을 바라 보라는 것.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그 광경을 목격한 후 절망적이고 의미 없는 세계를 뛰어넘어 삶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 대답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정신적 자유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의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 말한다. 수용소에서도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의 자기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 


인생이란 치과의사 앞에 있는 것과 같다. 그 앞에 앉을 때마다 최악의 통증이 곧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새 통증이 끝나 있는 것이다.
비스마르크


미래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죽음을 부른다. 꿈에서 어떤 구원의 목소리를 들었다면서 3월 30일에 자유의 몸이 된다 들었다는 고참 관리인. 그는 희망에 차 있었지만 3월 29일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3월 30일 헛소리를 하다 그만 의식을 잃고 발진티푸스로 사망하였다. 인간의 정신 상태와 육체의 면역력이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모른다. 성탄절부터 새해에 이르기까지 일주일간의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성탄절에는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으나 희망적인 뉴스가 들리지 않자 용기를 잃었으며 절망감이 덮쳤다. 저항력에 위험한 영향을 끼쳤고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그동안 했던 모든 일, 우리가 했을지도 모르는 훌륭한 생각들, 겪었던 고통 이 모든 것들이 비록 과거로 흘러갔지만 결코 잃어버린 게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삶은 의미를 갖는 일을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집단정신 치료로 설파했다. 의연하고 비굴하지 않게 시련을 이겨내고, 어떤 태도로 죽어야 하는지 알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우리의 희생에는 의미가 있다고. 실제로 가망이 없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삶이 갖고 있는 충만한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았으나 몇몇 동료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가 본 수용소의 여러 가지 인간 군상이 있다. 감시병 중 사디스트가 있으며, 안락함을 빼앗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심해지는 야만적 행위를 보면서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있고, 동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수감자들에게 줄 약을 사기 위해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지불하였고 손 한번 댄 적 없었다. 이를 통해 그는 세상에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으며, 고매한 인격을 가진 부류와 미천한 인격을 가진 부류로 나누어진다는 걸 배웠다. 


실존적 좌절은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의지도 좌절을 당할 수 잇다는 것이다. 여기서 '실존적'이라는 단어는 1) 존재 그 자체, 인간 특유의 존재방식 2) 존재의 의미 3) 각 개인의 삶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환자들은 살아볼 만한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모른다. 그들은 내적인 공허, 자기 안의 허무가 늘 따라다닌다. 실존적 공허에 갇혀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로고테라피 행동 강령


로고테라피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다. 



전통적인 정신 치료에서는 그 병이 생기게 된 원인을 알아내 그것에 근거해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어린 시절에 어떤 원인이 병을 일으킬 수 있고, 성인이 된 후 전혀 다른 원인이 이 병을 치유해 줄 수 있다. 
에디트 바이스코프 요엘슨


강박증 환자의 악순환의 고리는 자기를 괴롭히는 강박증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싸우는 것이 자기를 괴롭히고 있는 강박증에 더욱 힘을 실어 준다. 반대로 환자가 강박증과 맞서 싸우기를 중단하고 그것을 비웃어 주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고 나중에는 아예 그것을 무시하게 된다. 역투사의 방식으로 좌절시켜야 한다. 자기 연민이든 멸시이든 자기 자신에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이다. 결국 치료의 핵심은 환자가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데에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정신의학에 관한 책이다. 아우슈비츠와 다카우 수용소를 거친 저자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인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걸 똑똑히 보았다. 내면에는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어떤 것을 취하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다. 인간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만든 존재이자 또한 의연하게 가스실로 들어가면서 입으로 주 기도문을 외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미래가 없다고 울부짖는 젊은이들에게 공공도서관 등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권유한다.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경제 상황에는 변화가 없고 전과 같이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우울증은 사라진다. 인위적으로 보이스카우트 그룹들이 서로 공격성을 갖도록 만든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같은 목표 예를 들어 먹을 음식이 실린 차를 진흙 구덩이에서 꺼내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할 때만 공격성이 누그러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불구하고 남은 삶을 지키기 위한 작전은 무엇일까? 

자기를 지켜보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 종교에 의지하는 것, 농담을 하는 것, 황혼같이 마음을 치유하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으로 그들은 불의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삭인다.

조각난 삶의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엮어 만든 로고테라피는 순간적인 위안들로 그들에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북돋아 주는 것, 또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 나선 다는 것이다. 의미가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입니까?@Harry Grout,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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