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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Oct 31. 2021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취향의 기쁨

『취향의 기쁨』글, 그림 권예슬

흩어지는 시간을 남겨두고 싶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권예슬님의 신간이다. 예쁜 그림과 함께 글이 있어서 단숨에 읽기 좋고, 또다시 읽을 때는 곱씹어 보며 그녀의 그림을 하나하나 더 유심히 보게 된다. 함께 들으면 좋은 OST 윤종신의 '느슨'을 추천하면서 그녀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울감이 있어서 그림일기가 자존감 회복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 시작한 꾸준한 그림일기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기대감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자신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다른 씨앗이 되길 바라며 새로운 세계를 만난 그녀가 펼치는 이야기이다. 


파트는 총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도 취향 하나를 더하는 Part 1을 시작으로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Part 2, 누구나가 취향 찾는데 속도가 다르니깐 취향 찾기를 멈추지 말라는 Part 3로 이어져 마지막 앞으로도 취향은 계속 될 테니깐 크라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Part 4이다. 목차의 그림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너무 예뻐서 한참을 보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계절의 변화를 이렇게나 아름답게 꾸미다니 정말 예슬 님의 일러스트로 본인도 치유가 되었고 또 누군가도 치유되길 바라면서 하나하나 그린 것 같아 그 예쁜 마음이 전해진다. 



'남는 에너지로 취향을 가꾸는 게 아니라, 취향을 가꾸다 보니 에너지가 생기는 거였구나.' 없는 줄 알고 지내왔지만 사실은 방치해 두고 있었던 내 소중한 취향들. 비록 여전히 희미한 색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제부터라도 내 취향들이 그 자체로 더욱 오래 윤기날 수 있도록 귀를 기울여주고 시간을 쏟아볼 셈이다. 금방 사라질 한 줌의 취향이라도. 
p26, 취미가 뭐예요?



취향이 없다는 것, 그거조차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이것도 좋아하고 저것도 좋아하고 딱히 어느 것을 더 많이 좋아하지 않는 나뿐이지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내향형인 작가는 남는 에너지로 취향을 가꾸는 게 아니라 취향을 가꾸다 보니 에너지가 생기는 걸 알려주려 한다. 취향이 없어도 괜찮아. 금세 없어져도 괜찮아. 그냥 내가 잠시라도 행복했다면 된 거야. 


여행을 다녀온 후 위태로워진 내가 일기장 말미에 적어두었던 행동 지침들이다. 정돈된 삶. 여유 있고 체계적인 삶을 위해 매일 차곡차곡 쌓아 나가고자 노력했다. 해외여행과 같은 큰 도전도 좋지만 일상에서 쌓아 나가는 작은 성취들이 보다 더 단단하게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실천이었다. 
p44,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여행


여행만이 나의 인생의 탈출구가 되었던 시절이 지나 이제는 해외 여행길도 막혔다. 갈 곳이 없으니 점차 더 우울해져만 갔고 거기에 대한 갈망도 커져만 갔다. 여행이 주는 위로가 엄청났던 것이다. 작가가 드로잉을 위해 아이패드를 샀다면 나도 글쓰기를 시작했다. 우울했던 감정이 천천히 잊히고 잡아두고 싶은 시간들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매일 걷던 출근길 퇴근길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고 글감을 만들어내었다. 하루에 글 하나를 쓰자는 작은 성취들이 기록의 나를 만들었고 더욱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작가의 말에 백 프로 동감한다. 


부모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자라온 아이들에게 그깟 호랑이쯤은 무서운 조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호랑이가 무섭긴 해도 결국 사랑보다 더 힘이 센 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충만한 사랑을 받고 주변에도 아낌없이 나눠줄 앞으로의 성백이 모습이 기대된다. 그리고 내게 소중한 기억과 배움을 선물해 준 팀장님과 성백이에게 참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p97, 호랑이가 무섭지 않은 어른


호랑이가 나타나 어흥하면 "사랑해" 하며 안아주면 된다고 말하는 성백이의 말을 곱씹어 보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점을 바라보고 또다시 그 아이를 만나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작가의 모습이 보인다. 누구나가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좋은 가르침이던 배우지 말아야 할 가르침이던. 그 하나하나가 모여 나의 인격이 되고 또 삶을 살아갈 의지를 키워준다.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에 물결이 이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말아야지.'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기억의 셔터를 누른다. 때로는 일기장에 적어 보기도 하고 이렇게 글로 남기기도 하면서. 사람은 생각보다 아주 작은 것에서 감동을 받고, 평생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니까. 
p109, 칭찬을 모읍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심리상담사에게 요즘 트렌드인 '자존감 키우기' 방법을 물어본 적이 있다. 자존감이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칭찬을 하면 자존감이 금세 높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쉬운 것이었다. 이런 위로와 공감을 못 받은 사람은 피폐해져만 간다. 나도 자존감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매일을 잘 견뎌온 나를 위한 칭찬을 해주려 한다. 좋은 걸 먹거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디워시로 샤워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칭찬을 고이 간직하고 싶다면 작가처럼 일기장에 적어보거나 글로 남기고 사진을 찍어 간직하는 것도 좋다. 그 기억이 나를 성장케 함으로. 


작은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는 글과 그림을 모아 엮은 에세이이다. 우리의 평범한 이야기를 그대로 날것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자칫하면 지나칠 나의 순간을 작가의 그림과 글로 다시 한번 고찰해 보는 시간이 만들어진다. 

아이패드를 통한 그림일기로 치유를 받았다는 작가의 글을 따라가보면 어느새 우리의 인생은 잘 살아왔고 잘 살고 있고 또 앞으로 잘 살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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