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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Dec 01. 2021

글 쓰길 잘했다

먼 훗날 나에게 건네는 인사

글을 쓰는 사람을 보면 멋있다.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을 끝내고 난 후 심혈을 기울여 뽑아낸 생각을 유려한 단어와 문장으로 쏟아낸다. 그렇게 꽃 피워낸 아리따운 글은 누군가에게 꽃씨처럼 날려가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주고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창작 예술 중 활자를 통해 풀어내는 글쓰기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쉬이 오르지 조차 못할 높디높은 장벽처럼 보인다.

 

새하얀 종이 앞에서 펜을 쥐고 글을 쓰는 사람, 아날로그 한 감성이 물씬 풍기는 타자기 앞에 자음과 모음을 하나씩 쳐내는 예술가, 노트북 앞에서 고뇌하는 작가라니 너무나도 멋져 보인다. "저는 글 쓰는 000입니다." 이 세상 그 어떤 말보다 멋들어진 행위이다.

 

창작의 고통은 이렇게 항상 턱을 괴며 겪어야 하지 @vbk_media, Unsplash


내가 글을 쓰다니! 내가!! 글을 쓰다니!!!


높은 장벽 아래에서 멍하니 방황한 몇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 5월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쓴 이후 내 인생은 변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 주관적인 느낌은 오롯이 나만 느끼는 것이겠지만, 글쓰기 전의 나와 글쓰기 이후의 나는 사뭇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남들이 보기에 가시적인 이력과 성과는 높지 않으나 내가 몸소 느끼는 삶의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글쓰기가 나에게 온 이후 나 자신이 느끼는 글쓰기의 장점에 대해 읊어보려 한다.


첫 번째, 글쓰기는 호기심이다.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포함한다. '나이가 예순이든 열여섯 살이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어린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과 인생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이라네.' 


왕성한 탐구심으로 매일 먹던 아침식사 메뉴로도 글을 쓸 수가 있고, 마시던 물 한잔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매일 다니던 출근길이 글감 찾기 탐험으로 변해 가슴 설레는 소풍길로 변하기도 한다. 그저 낙엽 한 장이 바람을 따라 날아갔었다면, 오늘 아침 내 두 발 앞에 떨어진 낙엽은 '나에 대해 글 써 주세요.'라며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주변 모든 사물은 물론 생명체와 친밀감이 생겨졌다.


두 번째, 글쓰기는 솔직함이다. 『치유의 글쓰기』에서 '글쓰기는 자기 안에서 기쁨을 찾아내게 해주는 한편, 슬픔과 갈등의 경험을 직접 대면하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글을 씀으로써 내가 기뻤던 일은 다시 꺼내 지금 이 순간을 축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슬픔과 갈등으로 인해 떨쳐버리지 못한 일에 대해 웅크리고 앉아있는 어릴 적 나의 모습을 꺼내 마주하기도 한다. 글쓰기는 나와의 대화를 통해 그때 그 감정의 나로 시간을 되돌려 풀어놓음으로써 다시 한번 과거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 지나간 희로애락의 시간을 꺼내 맘껏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감정과 독대하게 만든다.



세 번째, 글쓰기는 치유다. 과거의 무력한 내 모습을 꺼내 다독이기도 하고 미워했던 누군가와 대화하며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한다. ‘후회의 방’에 들어가 만약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바꿔보기도 하고, 아직 닿지 않은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글을 씀으로써 그때의 내 모습을 마주하고 상처받아 부서진 나를 꺼내 따뜻이 어루만져 감싸고 달랜다. 그리고 좀 더 단련된 모습으로 다시 채워 넣는다. 글쓰기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네 번째, 글쓰기는 애착이다. 글을 쓰면 내 족적이 남게 된다. 매일 쓴 글들은 브런치에 쌓이고 되고 블로그에 쌓인다. 직접 생각하고 풀어내서 쓴 글은 이제 나의 소유가 된다. 무언가를 남겼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전해진다. 이 소유 효과*로 인해 글에 대한 애착은 남달라 진다. 나를 통해 태어난 글은 이미 글을 뛰어넘어 객관적인 가치 이상의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 행동경제학을 통해 정의된 개념으로, 어떤 대상을 소유한 뒤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겨 객관적인 가치 이상을 부여하는 심리적 현상을 뜻한다.


다섯 번째, 글쓰기는 연결이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뿐인데 다른 세계, 사람들과 연결된다. 독자가 생기고 글을 같이 쓰는 사람이 생기며 또 글쓰기로 인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도 한다. 글을 쓰고 나서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았던 점들은 한 점을 시작으로 이어지고 점차 무한히 뻗어나간다. 다른 세계로의 연결로 인해 삶의 기쁨과 활력이 넘치게 되며 일상 속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된다.

 

 

스트레스받는 친구나 걱정이 많은 동료를 보면서 권유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글을 써봐. 마음이 많이 안정될 거야."라며 다독인다.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심리치료를 받는 것처럼 마음이 정화됨을 느꼈다. 화도 덜 내게 되고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니 시야도 넓어졌다. 이 모든 것은 글쓰기로 인해서 일어난 마법 같은 기적이다.

 

글을 쓴다고 세상이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글을 쓰기 전과 후의 내 모습은 분명 달라졌다. 200일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브런치에 '영화' 등의 키워드로 130여 개의 글을 발행했고 누적 뷰는 44만에 가깝다.

 

오늘도 수고한 당신을 위해 편안한 잠자리로 안내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 '스윗드림'이란 필명을 만들었고 이틀에 한번 정도 글을 남기게 되었다. 먼 훗날 어떤 세계, 사람들과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뒤늦게나마 글쓰기를 시작한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수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글 쓰길 참 잘했다'라고.  


<참고 자료>

-  소유 효과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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