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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Sep 16. 2021

글쓰기 슬럼프 극복의 첫 걸음: 글쓰기 자극법

글태기가왔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언 4개월째.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브런치 작가가 된 5월 말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날아갈듯한 기분이 몇 날 며칠 지속되었다. 매일매일 글감을 찾아 나섰고, 또 주변의 모든 생명체와 물체가 글감으로 변해 나를 반겼다. 오늘은 뭐에 대해 쓰지? 음, 구름? 바람? 커피? 아냐 넌 좀 기다려. 아직 쓸게 너무나도 많거든. 하루에 많게는 3편씩 글을 발행해 나의 브런치 속의 글은 점차 쌓여만 갔다. 6월부터 8월까지 매달 20개가 넘는 글을 썼다. 허나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말이 살찌는 계절이 와서 그런가? 제대로 엉덩이도 못 붙이고 앉아있겠고, 머릿속이 복잡한 요즘 글이 참 써지지 않는다.


휴가를 못 다녀와서 그런 걸까? 아님 요즘 머리 쓰기 싫은 걸 내 온몸 알아채서 그런가? 그저 게을러져서일까? 글을 쓰려했던 예전엔 글감을 찾고 이거 저거 생각해보고 또 곱씹어보는 즐거움이 넘쳤는데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는 뛸 듯이 기쁘고 이거 저거 쓸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뭔가 더 이상 쓸 얘기도 없는 거 같고, 다른 작가들은 글을 너무 잘 쓰는 데 비해 내 글은 형편없는 것 같다. 뭐가 문제일까?

그저 멍하니 백지만 바라봐 @kellysikkema, Unsplash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아마 쾌락 적응일 수도 있다. 내가 이미 겪은 쾌락은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어떤 식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도 되어봤고,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도 올라서 조회수가 폭발하기도 했고, 브런치 북도 메인에 올라 많은 이들이 공감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처음에는 한 명의 독자라도 내 글을 시간 내서 읽고 또 공감해 주는 데 엄청나게 감동을 했었다. 와, 나도 독자가 있네. 열심히 써봐야지.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그런데 무슨 내용을 쓸까?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쓰기에 대한 원동력이 사라진 것 같다. 산책을 하지 않는 요즘, 글감에 대해 곱씹어볼 겨를이 없고, 해야 할 다른 것들이 머릿속에 가득히 꽉 찬 상태이다. 거기다가 글을 쓸 때 뭔가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막상 써지지가 않다. 이렇게 쓰면 뭐라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썼다간 누군가가 태클을 걸 수도 있겠다. 하.. 근데 내가 공인도 아니고 이런 거까지 신경 써서 써야 하나?


글이란 기록으로 남고 또 나 혼자만 보는 일기가 아니다. 누군가가 보게 되고 또 어떠한 형식으로 박제된다면 한순간의 감정으로 편협하게 쓴 글이 문젯거리가 될 수 있으니 항시 조심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어 누군가의 욕을 맘대로 할 수도 없고 쓰더라도 뭔가 정화시켜서 써야 하며 또 그 사람이 볼 경우를 생각해서 누군지 모르게 숨겨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걸 다 고려하자니 솔직한 나의 감정이 나오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날씨부터 시작해보자


앞에 있는 것은 종이요. 깜빡이는 건 내 머리인지 마음인지 커서인지 모를 거 같은 검은 것이 계속 깜빡인다. 가스 라이팅처럼 전등이 깜빡인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론 내 눈앞에서 계속 깜박이고 있다. 그래서 우선 글 쓰려는 마음먹기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내가 오늘 기필코 써야지. 한 줄이라도 느낀 점 써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면 어떻게든 쓰게 된다. 내일 머리를 다시 비우고 퇴고한다면 '내가 이렇게 썼단 말이야?' 하며 놀랄 수도 있고 부끄러움에 다 지워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 일기장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 예쁜 일기장에 오늘 날짜와 요일을 쓰고, 날씨와 제목을 기입한다. 2021년 9월 16일 목요일. 날씨: 햇님이 방긋. 제목: 더운 가을날. 오늘 날씨부터 시작해 오늘 한 일을 적어 나간다. 오늘은 햇빛이 아주 쨍쨍했다. 가을이지만 여름 같은 날씨였다. 왜 이렇게 가을인데 더운 걸까? 가을이 온 게 아닌 걸까? 난 가을을 좋아하니깐 빨리 가을 같이 선선한 날씨가 왔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랑 단풍구경도 가고 싶다.  


그래서 우선 날씨부터 시작해봐야겠다. 태풍이 지나고 가을이 급히 오는 것 같았으나 또 여름처럼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왜일까? 절기 상 가을인데 더운 여름 날씨에 오늘 나는 무엇을 했을까? 또 무엇을 먹고 무엇을 느끼고 내일을 위한 준비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렇게 점차 떠오르는 생각을 써봐야겠다. 날씨부터 쓰기 시작하면 혹시라도 내가 말하고 싶었던 그 무언가가 떠오를 테고 또 계속 무언가를 쓰고 싶은 욕망이 다시 솟구칠지 모르고 처음 그 열정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쓰는 습관이 일어날 것이다. 오늘 날씨는 햇님이 방긋이다.

기린이와 돼지와 구름이와 함께 일기 쓰자 @엄마손 초록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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