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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May 26. 2021

80년을 뛰어넘는 明文의 힘

『빅스비 편지, Bixby Letter』,1864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를 보고 나서

- 명문(明文)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형제 넷 모두 29사단에 있었지만, 설리번 형제가 같은 부대에 있다 전사한 후에 이 라이언 가 형제를 흩어 두었다. 며칠간의 시차를 두고 3형제가 전사하고, 막내 제임스 라이언의 생존 여부도 불확실하다. 오늘, 이 아들의 어머니는 세 아들의 전사 통보를 받게 된다.


 허나, 엉뚱한 지점에 낙하한 라이언을 포함한 군대는 살아 있더라도 위치 파악이 불가능하고, 구조대를 보낸다 해도 독일군의 점령지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모두가 부정적인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이 상황에서 이미 세 아들을 잃은 라이언 부인에게 마지막 남은 막내 라이언은 희망이자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존재이다. 그러나 이 한 명을 구하기 위한 희생이 크다.


▲전쟁에 나간 네 아들을 암시하는 4개의 별. 세 아들의 전사 통보를 받고 쓰러지는 라이언 부인. 그리고 그들이 용감한 군인이었음을 나타내는 네 아들의 사진.


 이미 인력과 물자가 부족한 전시 상황에서 반대하는 부하들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 이 작품을 보는 나 또한 의문이 들었다. 단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군대는 억압이나 복종을 무기로 이들을 단숨에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장군은 조용히 책 속에 고이 끼워둔 편지 한 장을 꺼내 읽는다.


 편지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3대 명문장 중 하나인 『빅스비 편지』이다. 내전 상황에서 아들 다섯 명을 잃은 빅스비 여사에게 보낸 군 최고 통수권자의 편지는 다섯 아들을 입대시킨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과 장렬히 전사한 군인에 대한 존경과 추모가 잘 녹아있다. 짧은 편지를 낭독하는 장군의 표정과 목소리는 어느 압박보다 강하고, 설득시키기 위한 확신으로 가득 차다. 우리는 막내 라이언을 어머니의 품에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Dear Madam,

I have been shown in the files of the War Department a statement of the Adjutant General of Massachusetts that you are the mother of five sons who have died gloriously on the field of battle.
I feel how weak and fruitless must be any words of mine which should attempt to beguile you from the grief of a loss so overwhelming. But I cannot refrain from tendering to you the consolation that may be found in the thanks of the Republic they died to save.
I pray that our Heavenly Father may assuage the anguish of your bereavement, and leave you only the cherished memory of the loved and lost, and the solemn pride that must be yours to have laid so costly a sacrifice upon the altar of Freedom.

Yours, very sincerely and respectfully,
A. Lincoln.
저는 매사추세츠 군(軍)의 장군으로부터 부인께서 전장(戰場)에서 장렬히 전사한 다섯 형제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보고받았습니다.
아들을 잃은 부인의 슬픔을 어떠한 말로도 달래 드릴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만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장렬하게 전사하면서까지 국가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부인께 반복하여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고통을 느끼는 이별의 슬픔을 위로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사랑하는 아드님의 기억들을 고이 간직하시며, 자유를 위한 제단(祭壇)에서의 댓가인 희생에 대한 엄숙한 긍지를 갖고 계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진심과 존경을 담아,
에이브러햄 링컨에이브러햄
 
링컨 3대 명문 중 하나인 『빅스비 편지, Bixby Letter』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그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의도하는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며, 독자에게 그저 영향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엄밀하게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쳐야 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영국 소설가


 글쓰기에는 명확한 목표와 목적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작가가 원하는 쪽으로 영향을 주기 위함이 있다. 링컨은 빅스비 편지를 통해 국가라는 대의를 위해 아들을 모두 군에 입대 시킨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그들을 모두 잃은 어머니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에 대해 감사하고, 이 슬픔속에서도 어머니가 엄숙한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길 바라는 바램도 담겨 있다.


 명정치가이자 명연설가, 명문장가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 짧은 편지는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명문이다. 그가 존경받는 이유도 이러한 진심이 담긴 글과 연설일 것이다. 이 글은 작전장군에게까지 선한 영향을 미쳐, 장군도 무력이 아닌 덕(德)으로 진언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 누군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는 힘, 이것이 글쓰기의 목적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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