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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May 28. 2021

한국인이 우산을 꼭 챙기는 이유

비 맞으면 큰일 난다

 


'오늘은 전국에 비가 내릴 예정입니다.'라는 아침 뉴스가 흘러나오면, 비가 오지 않아도 길거리에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혹여 우산을 잊은 날이면 동료나 친구에게 빌리거나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어릴 적부터 산성비는 맞으면 안 되는 거라고, 대머리 된다고 놀림당했기에 비를 맞으면 큰일 날 줄 아는 게 한국인의 이야기다.


 비가 많이 오는 밴쿠버로 유학 간 친구의 소식이 궁금해 전화해보니, "여기 사람들은 우산을 안 써. 비가 와도 그게 멋인 줄 아는지 후드티 모자를 꺼내 쓱 쓰더니 그냥 뛰지도 않고 걸어가. 그게 간지라 생각하나 봐. 비 올 때 우산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다 한국 사람이야."라고 신기한 듯 썰을 풀었다. 생각해 보니 미국에서도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미국인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말을 들은 후, 비가 올 때면 가지고 다니는 우산을 에코백에 고이 숨기고 이방인이 아닌 양 후드티의 모자를 꺼내 그들처럼 대수롭지 않게 걸었다.


 비에 대해 유독 겁 많은 한국인이다. 영국 출신 칼럼니스트 '팀 알퍼의 한국 일기' 중 비에 관한 칼럼에 따르면, 한국인이 유별나다는 게 증명되었다. 영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한국인은 몸이 설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비에 호들갑 떨며, 또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야구 경기, 야외 콘서트, 혹은 친구와의 약속까지 미룬다. 그리고 한국인은 집에서 파전에 막걸리가 공식인 양 집안에서 고독을 즐긴다. 비에 젖는 걸 좋아하는 영국인이 보기에 놀라운 일 일 수밖에 없다.


  '흰머리 소년'님의 글을 빌리면, 산성비는 독하지만, 피부병에 걸리거나 머리가 빠지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맞는 산성비의 pH는 매일 쓰는 샴푸 수준이라는 거다. 비를 맞으면 머리 빠진다는 속설은 우산업체와 환경단체에서 만든 게 유력하다는 설이다. 비정상회담에서의 안드레아스도 외국에서는 우산을 안 쓰고 한국에서는 항상 우산을 쓴다고 한다. 주로 외국인들은 귀찮아서, 남자답지 못해서, 안전상의 이유로, 자동차 문화가 발달해서 등의 이유로 우산을 쓰지 않는다. 어떠한 설이던 한국인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항상 우산을 챙기는 민족이다.

JTBC 비정상회담

 


 유독 한국인이 유별난 걸까? 미신 같은 이야기로 모두가 우산을 챙기는 준비성 철저한 민족인 걸까? 예전 읽은 외국인 기자의 칼럼에서 그가 직접 느낀 한국인의 정에 대해 잘 나와 있다. 무표정이지만 끊임없이 반찬을 내어 주고, 길을 물어보면 말없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또 비 오는 날 신호등 앞에 우산 없이 서있으면 키 작은 아주머니가 있는 힘껏 팔을 높여 우산을 같이 쓰자는 모습까지 말이다. 한국인이 우산을 챙기는 이유 이러한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혹여나 우산을 못 챙겨 비를 맞고 있는 이웃을 위해 같이 쓰려하거나, 친구나 동료에게 빌려주기 위해 하나 더 가져가는 그런 한국인의 아름다운 情이 넘치는 배려심 말이다.

같이 써요 @garebra, unsplash





<참고 자료>

- [팀 알퍼의 한국 일기] 비를 향한 한국인과 영국인의 은밀한 사랑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17/2016101703615.html

- 흰머리 소년,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 https://brunch.co.kr/@bagmwo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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