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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Feb 27. 2022

미국 우편함에 빨간 깃발이 있는 이유

여기 우편물 있어요

미국 단독주택 거리를 지나다 보면 차도를 가운데로 두고 양옆으로 나뉜 집들의 각지각색의 특징이 재밌다. 비슷한 집임에도 불구하고 잔디를 다듬은 모습, 집을 꾸민 모습, 또 크리스마스 때 장식을 단 모습까지 제각기 볼거리가 가득하다. 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잔디 앞쪽에 특색 있는 귀여운 우편함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우편함의 한쪽에 빨간 무언가가 살짝 눈에 띈다. 가까이서 보니 빨간 깃발이다. 우체통의 오른쪽에 왜 깃발이 있는 것일까?


1900년대 초까지 우편집배원들은 우편물이 있는 집주소 문을 두드렸고 답을 해주길 기다렸다. 매일 1.5시간 이상을 고객을 기다리는 데 허비했다. 그 이후 우편함과 우편물 슬롯이 생겼다. 1915년 우체국 직원인 조롤레만은 터널 모양의 지붕, 빗장 문, 회전하는 수기 깃발을 포함한 돔 직사각형 모양의 우편함을 디자인했다. 이 디자인은 미국 기능주의 산업 디자인의 표현이라고 칭송받고 있다.

기능주의 산업디자인의 표본인 전형적인 미국식 우편함의 모습


여기 우편물 있어요!


우편함에 빨간 깃발이 올라가 있으면 '발신 우편물(outgoing mails)'이 있다는 뜻이다. 수취해야 할 발신 우편물이 있다는 걸 알기에 수신 우편물이 없다 하더라도 우편배달원은 이 우편함 앞에 잠시 정차한다. 우편물을 회수한 후 깃발을 우편부가 내려놓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체적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만약 깃발이 올라가 있지 않다면 배달할 우편물이 없는 한 이곳을 들리지 않는다.

 

송부하는 우편물을 허용하는 우편함을 집주인이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미 우정청(USPS)에서 지정하는 우편함의 위치, 색상 및 기능에 대한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우편배달원이 쉽고 빠르게 수신 우편을 입금하고 발신 우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편함의 빨간 깃발은 앞쪽에서 봤을 때 오른쪽에 장착되어 있어야 한다. 우측통행 차량의 빠른 식별을 위해서다. 깃발은 너무 무겁거나 약해서도 안된다. 나무 재질로 만들 수 없으며 플라스틱을 선호한다. 상온에서 파손 없이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해야 하며 최소 7,500회 이상 올리고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강해야 한다.


깃발은 흰색, 녹색 노란색, 갈색, 파란색을 제외한 모든 색이 가능하다. 선호하는 색은 형광 오렌지색이다. 플래그 디자인을 선호한다. 모든 디자인은 최소 4 제곱인치의 깃발이다. 또 날카로운 가장자리가 없어야 한다. 사용자를 고려해 날카로운 부분을 없애기 위해 대부분의 깃발은 부드럽게 고안되어있음을 찾을 수 있다.

집과 어울리는 하나의 장식품이기에 우편함에도 열정을 쏟는 미국인들이다



잠깐만! 우정국 차량은 운전대가 오른쪽이라고요?


우리나라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운전대가 왼쪽에 있다. 하지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를 비롯해 영향을 받은 아프리카 대륙 남부 국가나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는 오른쪽 운전석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 마차의 마부의 위치에서 유래되었다. 마부가 마차의 왼쪽에 위치하게 되면 휘두른 채찍에 맞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기어 조작을 편리하기 위해 운전석의 위치를 좌측으로 바꾸었지만 유럽권의 나라들은 전통을 중시해 바꾸지 않았다는 설이 있다. 미국령에 따르면 운전대는 왼쪽에 있어야 하지만 우편배달원이 오르내릴 때 편리하게끔 우정국 차량은 오른쪽에 운전대가 있다. 내리지 않아도 우편물을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미 우정국 차량


우편배달원은 동네 지리를 잘 알고 매일 같이 우편물을 배달하기에 동네 주민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우편배달을 하다 보면 주변 가족관계도 훤히 파악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들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보낼 우편물 대신 쿠키와 음료를 우편함에 넣고 깃발을 세워 감사함을 전달하기도 한다.

우편집배원을 위한 쿠키 모음 @Teresa Shaw, Pinterest
우편 배달원 은퇴 축하 컵케이크 @Pamy Delgra, Pinterest


기다릴 편지가 있다는 건


우편함은 설렘이다. 기다렸던 이의 정성 가득한 손편지를 멀리서나마 주고받을 수 있고 안부 또한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설렘을 맞이하는 방식은 남다르다는 걸 느꼈다. 흔하게 엇비슷한 우편함을 만들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애타게 기다리는 우편물을 위해 또는 우편함을 보고 행복해하는 동네 주민을 위해 특이하게 만들어 자랑까지 하는 것이다. 흔히 미국인은 자신을 처음에 두는 개인주의라 비판하기도 한다. 허나 이런 괄목할만한 디자인의 성장은 보는 이에게 행복한 순간을 맘껏 선사하기도 한다.

10 Epic Mailboxes @Pinterest


<참고 자료>

- https://www.ukiahdailyjournal.com/2020/12/08/garret-the-mailman-brings-a-community-together/

- What Is the Purpose of the Mailbox Flag? https://legalbeagle.com/6654824-purpose-mailbox-flag.html

- https://www.florencemailboxes.com/blog/repair-replace-or-upgrade-outdated-mailboxes

-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hwgi01&logNo=220793698199

- https://en.wikipedia.org/wiki/Letter_box

- https://www.mailboss.com/10-epic-mailboxes-found-aroun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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