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 래플스 호텔 티핀 룸에서 애프터눈티 즐기기
뷰 맛집 5성급 호텔
싱가포르 페어몬트 호텔
싱가포르를 가기 위해선 항공기가 현지시각으로 새벽에 도착하기에 숙박에 여간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다. 밤늦게 혹은 새벽이 되어서야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닿게 된다. 입국심사를 마친 뒤 우버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면 녹초가 되기 마련이다. 미리 호텔 측에 연락을 취한 탓에 호텔 내 hospitality lounge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여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샤워를 마친 뒤 소파에 누우니 피곤한 몸이 이내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버린다. 잠깐 눈을 떠 호텔과 연결된 몰 안에서 싱가포르의 자랑인 '카야토스트'를 찾았다. 페어몬트 호텔은 대형 쇼핑몰과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어 편리하다.
싱가포르에서 꼭 먹어봐야 할 디저트로 여행객에게는 물론 현지인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인기 만점 카야 토스트를 먹으러 갔다. 현지의 카야잼은 이런 것인가? 아주 달콤한 중독성 강한 잼을 빵에 바르고 반숙 계란을 잘 풀어 찍어먹으면 된다. 바삭한 토스트에 반숙 계란이라니! 어떤 조화 일지 궁금해 옆 테이블을 슬쩍 보니 간장을 넣어 먹는 현지인도 보인다. 이들이 개발한 찰떡궁합인가 보다. 그 맛을 잊지 못해 한국에서도 카야토스트를 찾곤 했는데 이내 문을 닫아 아쉽기만 하다. 커피는 색에서 나타나듯이 너무나도 진하다. 이걸 마시면 일주일 밤도 새울 수 있을 것만 같다. 토스트를 주문할 때 반숙 계란을 추가할 수도 있지만 그냥 먹는 게 가장 맛있다.
빵을 먹고 몰을 돌아다니니 체크인 시간이 다가왔다. 싱가포르 페어몬트 호텔의 룸은 도심 측 또는 하버뷰를 선택할 수 있다. 몇만 원 차이 나지 않기에 꼭 하버뷰로 선택해야 한다. 싱가포르 전경을 보는 내내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나 야경이 환상적이어서 자는 내내 커튼을 열고 잤던 기억이 있다. 체크인 후 방에 들어가니 이내 짐이 나보다 먼저 방에 도착해 있었다. 친구와 간 여행이기에 트윈으로 예약했는데 침대가 널찍하니 한 명이 자기에도 충분히 넓었다. 싱가포르까지의 여정은 여섯 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비행이기에 목베개는 필수다. 부피가 큰 목베개를 캐리어와 별도로 들고 다녔는데 짐을 맡긴 사이 호텔에서 센스 있게 에코백에 넣어주었다. 나에게는 또 다른 선물이 되었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싱가포르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저 멀리 쌍용건설이 지은 싱가포르의 상징인 57층짜리 건물인 마리나 베이 샌즈를 기점으로 눈에 익은 건물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경을 바라보는 내내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싱가포르의 상징물인 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을 한 멀라이언이 물을 뿜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하반신의 물고기는 항구 도시를 상징하며 고대 싱가포르인 트마섹(Temasek, 바닷가 마을)을 칭한 것이며, 사자는 말레이어 국호 '싱아 푸라'의 어원으로 '사자의 도시'로부터 유래한다.
수영장은 넓지 않지만 둥근 형태를 갖추고 있다. 조식당 바로 옆이 수영장인데 아침부터 수영을 즐기는 부자를 볼 수 있었다. 높은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초고층 건물 사이 강가에서 수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뜨거운 여름나라인 싱가포르에서 그 더위가 조금이라도 가시길 바라며 열심히 물장구를 쳤다. 물놀이를 하면 금방 허기지기에 호텔과 연결된 몰로 내려갔다.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미슐랭인 팀호완이 눈에 띄었다. 샤오롱 마이와 새우 딤섬을 가져와서 먹으니 너무나 꿀맛이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
래플스 호텔 티핀 룸에서 애프터눈 티 즐기기
싱가포르에서 애프터눈 티를 우아하게 즐기고 싶어 찾은 곳은 오랜 전통을 가진 래플스 호텔의 티핀 룸이다. 1915년 바텐더인 웅이암 퉁이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실 수 없는 여성 손님을 위해 진에 체리브랜디와 라임 주스를 섞어 컬러풀한 칵테일인 싱가포르 슬링을 만든 곳이 바로 이 호텔이다. 1887년 12월에 개관한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랜 호텔이자 동양에서 몇 남지 않은 19세기 호텔 중 하나다. 호텔의 이름은 스탬퍼드 래플경의 이름에서 따왔다. 경사진 기와지붕과 흰색의 외관은 콜로니얼 양식이며 아름다운 정원 및 장식분수 등을 갖추고 있다.
마이클 잭슨, 찰리 채플린, 요제프 콘라트, 서머식 몸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1박에 60~70만 원 대로 모든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었다. 서머식 몸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그의 작품에 많이 반영되었다 한다. 호텔 2~3층에는 유명한 롱바가 있다. 싱가포르 슬링이라는 싱가포르 독점 칵테일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새하얀 파사드를 자랑하는 래플스 호텔의 정문이다. 새하얀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이 래플스 호텔은 워낙 노후화된 건물이어서 수많은 건설사들이 개축공사를 꺼려했지만 쌍용건설이 과거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한 채 초현대적 복원을 갖추어 건물 4개 동을 신축했다. 2년 만에 훌륭하게 성공한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정부를 놀라게 했다. 래플스 싱가포르에는 도어맨이 큼직한 하얀 터번을 쓰고 말끔한 제복을 차려입은 시크교도가 맡고 있다. 이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유산으로 용맹한 시크교도는 군인과 경비직을 주로 맡고 있다. 워낙 상징적인 장소인 로비이기에 도어맨도 그만큼 바빴다. 사진을 요청하려 줄을 섰지만 그를 만나긴 여간 쉽지 않았다.
잘 꾸며진 정원과 분수대를 보니 어느새 왕족이 된 기분이다. 야자수 나무와 잘 어우러진 호텔의 전경은 그저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1800년 대 그 시대로 여행 온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싱가포르에만 있는 유일한 것을 꼽자면 바로 이 '슬링' 칵테일이다. 래플스 호텔에서 시작되어서 이곳에서 즐길 수 있으며 티핀 룸에서도 주문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했지만 예약시간이 다가오니 줄이 길어졌다. 질세라 얼른 줄을 서기로 했다.
자리를 안내받으니 고급스러운 식기가 먼저 반겼다. 애프터눈 티를 미리 주문한 터라 3단 트레이의 애프터눈 티를 바로 만날 수 있었다. 한쪽에는 뷔페 형식으로 몇 종류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뷔페 메뉴로는 딤섬, 스콘, 치킨카레 파이와 타르트, 그리고 푸딩이 있다. 애프터눈 티만으로 부족하기에 꼭 뷔페 음식을 함께 먹어야 한다. 역사적인 곳이기에 예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방문한 여성들도 많다.
MRT시티홀 역 A번 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싱가포르 페어몬트 호텔에 머물렀다. 페어몬트 호텔은 5성급 호텔로 대형 실내 몰과 연결되어 있어서 시원하고 접근성이 좋다. 또한 전 세계에 몇 개 남지 않은 19세기 호텔 중 하나인 래플스 호텔에서 우아하게 애프터눈 티도 즐겼다. 티핀 룸의 애프터눈 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스러웠지만 래플스 호텔이라는 역사적인 공간으로 방문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공간 속에 있었다는 추억 한 장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참고 자료>
-래플스 호텔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79040&cid=40942&categoryId=40078
https://namu.wiki/w/%EB%9E%98%ED%94%8C%EC%8A%A4%20%ED%98%B8%ED%8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