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과정에서 체득하는 교훈
주말 약속을 향해 나가기 위해 급하게 뛰어나가면 무언가 잃어버린 느낌이 항상 들기 마련이다. 막 떠나는 지하철을 부여잡고 탈 때면 이제야 한숨 돌릴 순간이 찾아온다. 잠시 빈자리를 찾아 앉으면 그제야 "다행이다."라 혼자 속삭이게 된다. 서두르다 보니 뭔가 빠뜨리고 잘못됐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아차! 이 방향이 아니지?
오늘 약속은 반대편 방향으로 타야 하는데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다 보니 어느새 출근길 방향으로 지하철을 탄 것이다. "어이쿠!"라는 탄성과 함께 얼른 다음 역에 내려 반대쪽 플랫폼으로 갈 채비를 갖춘다. '왜 이렇게 바보 같지? 한두 번도 아니고 갈 길도 못 찾나?'
나도 모르게 같은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한쪽으로만 향하는 습관이 베버렸다. 일주일 중 5일 이상을 정해진 곳에서 타다 보니 당연히 그쪽으로 내 몸도 움직였다. 습관이란 이런 것이다.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해서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인지하지 않아도 저절로 익혀진다. 내가 편한 쪽으로 말이다.
직장인인 나는 오전 7시면 눈이 떠 출근 준비를 한다. 늦잠을 더 잘 수 있는 주말에도 비슷하게 눈이 떠진다. 평일과 다른 점이라면 누운 상태로 스마트폰을 보며 빈둥거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오늘은 아침부터 더우니 좀 더 누워있어도 되겠지, 더운 날 움직이면 손해야.'라는 자기 합리화를 할 때쯤, 평일과 다른 루틴에 죄책감까지 느낀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아침에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시험 일정을 확인하고 책을 구매한 후 짜인 계획에 따라 책상에 앉는다. 평일엔 어떻게든 떠지는 눈이, 주말엔 쉽게 떠지지 않는다. 자꾸 침대 위에 누워 책을 보게 되고, 이내 잠에 빠지게 된다. 이번 시험도 환불해야겠다.
단순한 습관이지만 이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편안함을 포기해야 한다. 매일 가던 길을 벗어나 몸을 돌리고 가는 번거로움. 습관화가 되어 있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관습을 따라야 하는데 습성을 버려야 하는 용기.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위한 도전과 실패.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
이제 2022년이다. 흑호 해로 호기롭게 시작함과 동시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새해 계획들이 가득할 것이다. 하반기의 초입에 들어선 2022년 7월, 초반 계획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작심삼일로 잊힌 것일까? 불편함을 견디다 못해 평균으로 회귀한 것일까?
새해가 시작되면 호기롭게 새로운 희망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편안함을 추구하는 우리 몸은 이내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전 상태로 회귀한다. 겨울철 차량 관리처럼 예열하지 않으면 잠시 가다 금세 멈춰 설 수도 있다. 형성된 습관을 급격하게 벗어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습관 변경에도 예열이 필요한 것이다.
습관을 급격하게 바꾸면 탈이 난다. 시험 일정에 맞게 계획을 세우지 말고, 내가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를 가늠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목표를 낮고 예열한 후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뛰어난 것보다 꾸준함이 있었다. 그 꾸준함은 실패든 성공이든 과정에서 체득하는 교훈이 될 것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습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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