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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Nov 28. 2022

핀란드 풍족한 젊은 세대들은 왜 중고 문화를 즐길까?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를 읽고

디자인 강국 핀란드에는 왜 그렇게 중고 가게가 많을까?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핀란드 헬싱키 미술대학에서 가구 디자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어바웃 블랭크>라는 제품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며 현지 제작자들과 오래 쓸 만한 좋은 제품을 목표로 공책과 가구 등을 만들어 납품했다. 디자인 프레스의 <네이버 디자인>을 통해 다년간 기사를 연재하며 간결하고 기능적인 핀란드 디자인을 소개한 저자다. 지속 가능 한 미래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을 하던 중, 중고 문화를 평범한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핀란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유학 동안 또 결혼 후에도 수많은 이사를 치른 저자는 또 한 번의 이사를 앞두고 있다. 아이 출생과 함께 불어난 물건들을 고려해 여러 상자를 바라보니 숨이 턱 막혔다고 한다. 정리하지 않은 물품들을 보며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았는지? 정말 다 필요하긴 한 건지?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핀란드에서는 당연함의 기준이 흔들렸다고 한다. 가게는 주말에 문을 닫고 야근을 하려면 회사의 동의를 먼저 얻어야 한다고. 배달을 시키면 배달비용을 받고, 자동차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 과태료는 그 사람의 연봉에 따라 다르다고. 한국에서 누린 신속배달과 빠른 고객 응대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값싼 식당에서 음식을 먹더라도 10유로는 훌쩍 넘기며 더불어 요리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고.


빌딩 숲이 아닌 진짜 숲의 어색함


매년 봄이 되면 둔치는 둥지를 틀기 위해 남쪽에서 날아온 기러기떼의 서식지가 되고, 가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려는 연어 떼가 만드는 거품이 강물 위에 가득히 피어오른다. 겨울이 찾아오면 염분이 적은 하구의 물은 금세 두껍게 얼어버리고, 땅과 물의 경계가 없어질 만큼 흰 눈이 소복이 쌓이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얼음 위를 걷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구에서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헬싱키 시가 보호하고 있는 숲인 비끼 Viikki자연보호구역 이 나타나고, 고개를 돌리면 수많은 새의 서식지인 갈대밭, 생명체가 역동하는 습지가 펼쳐진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다 보면 한 나라의 수도에 있다는 사실을 쉬이 망각하곤 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 가게에 갈까?>


헬싱키는 인구밀도가 낮은 작은 수도이지만 발트해가 내해나 다름없어 움직임이 적고 염분 함유량이 낮아 짠 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갈매기들의 울음소리, 바닷가 도시답다. 핀란드 자연만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정비만 한 숲이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헬싱키란 어떤 곳인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수오미'라고 불리는 핀란드는 '호수의 나라'라는 뜻이다. 빙하기에 얼음이 지나간 자리마다 호수가 생기는데 약 18만 개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래서 핀란드 사람에게는 고인 물 이상의 이미를 가지며 휴식과 정신적 활동 모두가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립이 익숙하지 않은 도시인들에게는 정말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한 주립공원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도 캠핑이라는 단어에 설렜는데 정말 덩그러니 버려진 오두막과 꺼져가는 벽난로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침대는 전쟁 때 쓰다 남은 것인지 삐걱거림이 있는 동시에 방이 있긴 하지만 옆방과 벽을 함께 쓰고 있고 윗벽은 트여있어 소음이 모두 전달되었다. 저녁에는 불빛 하나 없는 곳이라 핸드폰의 불빛에 의존해서 조심히 다녀야 했다. 밤새 늑대가 침대 옆에서 자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어찌 보면 스스럼없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행운인가,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우리는 정말 많은 소비를 한다


이렇게 우리는 실로 ‘의도치 않게’ 굉장히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슈퍼마켓에 한번 다녀오면 쉽게 알 수 있다. 과일과 고기를 포장하고 있는 플라스틱 랩과 스티로폼, 통조림, 우유갑, 요구르트 통 등 참으로 다양한 재료가 먹거리의 안전하고 위생적인 이동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버려진다.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이 쓰레기들은 보이지 않는 자원과 에너지인 셈이다. 이 ‘쓰레기’들을 만드는 데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자원과 에너지가 사용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써야 할지 아는 바가 없어 안타깝다. 그렇다고 내가 물질문명을 누리는 것에 부정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나 역시 문명의 이기를 마음껏 누리며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왔고, 동시에 자연에는 그 어떠한 보답도 한 적이 없다. - <우리는 정말 많은 소비를 한다> 중


슈퍼마켓을 다녀오든 음식을 주문하던, 밀키트로 조리하던 수많은 쓰레기를 마주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세계 여기저기로 펼쳐진다. 2018년 봄,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국내에서 모두 처리되는 게 아니라 중국으로 수출해왔고, 2017년 이후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물개가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것도 모른 채 해맑게 쳐다보는 사진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후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바꿨지만 아직도 많은 곳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있다. 폐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재활용센터는 중고 물건을 취급하는 가게일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소이기도 하다. 내부는 갖가지 물건으로 가득 차 있고 품목별로 정리가 잘되어 있다. 1층에는 부피가 작은 주방용품과 책, 의류, 가전제품이 있고 2층에는 가구와 수리하는 공간도 자리 잡고 있다. 잠시 살고 가는 유학생이나 주재원들도 많이 찾는데, 구매하면 친절한 직원이 바로 트럭에 실어다 주기도 한다. 헬싱키는 이렇게나 중고 물건을 서로에게 팔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산드라(Sandra, 27) “갖고 있는 대부분의 옷과 신발은 내 취향에 맞게 수선해요.”

미카엘(Mikael, 18) “대부분의 옷을 중고 가게에서 구입하고 여러 스타일의 옷들을 섞어 입는 걸 좋아해요.”

야네떼(Janette, 25) “나는 중고 옷만 입어요. 요즘은 2000년대 초반 스타일에 푹 빠져 있어요.”

일마리(Ilmari, 18) “브랜드는 신경 쓰지 않아요. 보통 옷은 헬싱키에 있는 다양한 중고 가게에서 사요.”




핀란드에서 ‘끼르뿌또리(Kirpputori)’, 혹은 ‘끼르삐스(Kirppis)’라 불리는 중고 가게는 시내를 가면 두세 블록마다 하나씩 반드시 있고, 동네마다 서너 개씩은 당연히 있다. 정기적으로 벼룩시장이 있고 시민 주체의 행사가 가득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쇼핑을 즐긴다.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은 물론 환경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게 즐긴다.

쓰레기 수거 대란이 있을 만큼 환경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핀란드의 중고 문화가 던지는 소비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는 우리 모두에게 건강한 선택을 하게끔 도와준다.



서문


1장.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핀란드에서의 낯선 경험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 | 빌딩 숲이 아닌 진짜 숲의 어색함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다

생산과 소비의 역습 | 우리는 정말 많은 소비를 한다


2장. 헬싱키에서 중고 문화를 만나다

중고 가게의 도시 헬싱키

상상을 초월하는 중고 가게의 숫자 | 중고 가게는 순환 경제의 현장

상상 속의 북유럽 국가와는 달랐다

디자인 강국의 이면 | 보통 사람들의 나라

없는 게 없는 중고 가게랍니다

다양한 중고 가게들 | 중고 거래 행사


3장. 기부 물건을 팔아 공익사업에 써요

중고 제품 백화점 ‘재사용 센터’

단추부터 가전 가구까지 | ‘재사용 운동’이 시발점 | 여러 중고품을 조합해 새 제품도 만든다 | 지속적인 성장세 |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행보

접근성이 좋은 중고 가게 ‘피다’

기부 봉사 단체가 운영하는 동네 가게 | 새 물건 사기 전의 습관

의류 전문 중고 가게 ‘우프’

헬싱키 스타일 ‘헬룩스’ | ‘패션 피플’들의 성지


4장. 바쁜 당신을 대신해서 팔아드립니다

핀란드에만 있는 중고 가게 ‘잇세빨베루’

판매 진열장 대여 시스템

이리스 “질 좋은 옷감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요.”

중고 가게는 나의 놀이터 | 경제 대공황이 만들어낸 판매 방식

삐아, 사일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패스트 패션 회사에서 중고 의류 가게로 | 일상의 일부가 된 중고 가게

육아용품 전문 중고 가게 ‘베카라’

핀란드에서 아이 키우기 |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


5장. 핀란드 디자인 제품을 구하나요?

끝나지 않은 모더니즘의 바람

간결하고 기능적인 핀란드 디자인 | 빈티지 상점

야따 “벼룩시장을 찾아 가족 여행을 다녔어요.”

언덕 아래 작은 가게 | 퇴근 후 사장이 된다 | 오래된 새것

빠시 “옛 물건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빈티지 가구점 ‘크루나’ | 평가절하된 옛 물건들을 찾아라 | 또 하나의 미래 유산 | 경매 최고가에 대한 우려

사라 “잘 만든 중고 물건에 가치를 부여할 새 주인을 찾습니다.”

국민 브랜드 회사와 중고 가게의 협업 행사 |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중고 가게 | 영리한 협업이 만드는 기쁨 | 핀란드 디자인 제품의 힘

요한네스, 유하나 “철거 현장에서 가치 있는 물건들을 구조합니다.”

철거 현장의 탐험대 ‘웨이스트’ | 버려진 제철소에서 보물 찾기 | 모르면 몰라본다


6장. 핀란드 사람들의 성격을 닮았다

환경이 빚어내는 문화

(추운)봄-(따뜻한)봄-가을-겨울 | 중고 문화도 기후에 적응한다

여름의 묘미 ‘야외 벼룩시장’

쇠퇴한 재래시장, 벼룩시장으로 재탄생 | 공원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 마당에서 열리는 작은 시장

겨울을 보내는 법 ‘실내 벼룩시장’

제 기능을 잃은 도심 건물들의 변신 | 문화 공간이 된 옛 정비소 단지들 | 피스카스 골동품 박람회

빠울리나 “무심코 던진 푸념이 시민 행사가 되었어요.”

시민 축제가 된 ‘청소의 날’ | 아마추어 판매자들의 여유 | 소셜 미디어의 힘 | 미적지근한 시 행정, 뜨거운 시민들의 열정 | 검소, 겸손 그리고 개성 |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벤치마킹해요


7장. 중고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멜리사 “현대 패션 산업의 건강하지 않은 생태계에 환멸을 느꼈어요.”

재사용의 좋은 본보기 | 처음엔 낙인과 놀림이 두려웠어요 | 이유 있는 고집과 신념

헬리 “유년 시절의 그 따뜻함을 상기하고 싶어요.”

중고 소품으로 풍경을 만들다 | 할머니가 물려주신 유산 | 영화 세트장 소품도 문제없어요

리사 “중고 문화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요.”

중고로 일상을 채우다 | 가벼워진 소유라는 개념 | 건강한 소비를 즐겨요


8장. 핀란드 중고 문화는 오늘도 진화 중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중고 문화

환경을 생각하는 건강하고 경제적인 소비 | 온라인 중고 거래의 확장이 가져올 변화와 기대

중고 문화가 마주한 문제점들

많은 소비, 많은 폐기 | 빠른 소비, 빠른 폐기 | 쉬운 소비, 쉬운 폐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소비와 생산

신중한 소비, 양질의 생산 | 재사용과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한나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더 건강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

소유에서 공유로 | 옷 빌려주는 패션 디자이너 | 오래 사용하는 확실한 방법: 수리와 수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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