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씻고 나면 무언가 나른해지는 느낌이다.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뭔가 찝찝하다. 무언가를 하지 않은 것만 같다. 아차 오늘을 돌아보지 않았다. 글을 쓰지 않았다. 노트북 앞에 앉아 빈 페이지를 바라보며 글감을 찾아본다. 오늘은 어떤 글을 써볼까?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별일 없었던 것 같은데 다시 곱씹어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추위가 깊어져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다. 겨우 머리를 감고 나니 아침을 챙겨 먹고 지하철로 향한다. 출근길이 천근만근이다. 안 그래도 목이 굽어가는데 추위가 나를 더욱 움츠리게 만든다. 만원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을 수도 없다. 앉을 수도 없는 열차에 탑승하니 어느새 환승해야 할 곳이 다가온다.
주말 동안 쌓인 이메일을 보니 한숨이 나오지만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아침 시간이 급하게 지나간다. 점심시간이다. 오랫동안 못 만난 동료를 만나 즐겁게 점심을 나눈다. 힘든 직장생활에 의지할 만한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정신없는 오후를 지나고 나면 가장 좋아하는 필라테스를 갈 시간이다. 퇴근길 지하철은 출근길만큼 마음이 무겁지만은 않다. 땀 흘리고 운동하다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한다.
글을 쓰기 위에 책상 앞에 앉아보면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365일 중 고작 하루였을 뿐인데,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장면 하나하나가 천천히 지나간다. 글을 씀으로써 나는 하루를 더 살아갈 수 있다. 스쳐 지나갈 하루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서 나는 다시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그날을 되살아간다. 하루를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분명 나타난다.
글을 쓰고 하루를 돌아보고 내 행동을 반성해보면서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내려놓음으로써 머리는 가벼워지고 생각은 정리가 된다. 무언가를 토해냈다는 생각에 후련한 기분이 들면서 삶의 무게 중심은 더 단단히 세워진다.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면서 나의 행동, 말을 되돌아보게 되고 또 반성하게 된다. 글을 쓰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욕구가 가득해진다.
특히 마음이 힘들 때는 더더욱 글을 마주함으로써 내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어쩔 수 없는 불안전한 인간이라는 존재라서 자꾸 돌아보고 돌봐야 비어있던 내가 그나마 채워진다. 글 속에서 나만의 가둬진 시선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눈에서 나를 돌아본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려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을 돌아봄과 동시에 치유가 되고 또 더 나은 사람으로 향하는 나침반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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