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감자
도서관까지 와서 구겨버린 로또용지를 책상에 던지고 컴퓨터 앞에 앉아 하얀 눈밭에 아무렇게나 발자국을 찍는다. 머리 희끄무레한 중년 남성들이 패딩을 입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공부를 한다. 자식들의 노트북인 것 같은 스티커가 붙은 이쁘장한 노트북에 헤드셋을 연결해서 연신 강의를 본다. 저들의 열정이 집에 가고 싶고, 가서 눕고 싶고, 누워서 자고 싶은 마음을 비웃는다.
어제는 어제가 그리워서 울었다. 나는 눈물을 삼키지 않고 목놓아 꺼이꺼이 울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남자가 왜 우노!" 외쳤다고 한다. 나는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참고 참아서 터진 눈물인데 곪고 곪아서 터진 상처인데 남자는 울 수 없다. 내 눈물은 분노이고 회한이고 좌절인데 그마저도 내가 가질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더 서럽게 울어야 했고, 친구들은 나를 안아주었고, 같이 울어주었다.
내일이면 나는 인력시장에 나를 팔러간다. 무거운 포대도 나르고 쓰레기도 줍고 눈칫밥을 배부르게 챙겨 먹는 삶 속에 네 발로 기어간다. 그동안 신나게 놀았으니 내가 책임질 차례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내일 보고 듣고 배우고 나르는 짐들이 나를 채우고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허리를 부여잡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땀보다 눈물을 많이 흘릴지 모른다. 그런 내가 싫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