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용역 첫날. 나는 용접 도중 불을 발견한 인류처럼 소리를 질렀다. 왜냐하면 정말 쓰레기 더미에 불이 옮겨붙었기 때문이다. 반장님께 소리 높여 말씀드렸고 반장님은 침착하게 전화로 안전관리자를 불렀고 살수포로 쓰레기 더미를 적셨다. 용접 작업은 4시도 전에 끝나야 했고, 내 눈에는 아직도 용접의 빛이 선명하다.
오늘 갔던 업체에서 초중고 선배를 만났다. 아니 엿봤다. 아는척하기에는 고용업체와 피고용인의 관계인 게 뭔가 껄끄럽고, 부끄러웠다. 부끄러울 이유가 하등 없는데, 그걸 아는데 부끄러웠다. 그래서 머뭇머뭇거리다 인사하는 걸 포기하고 퇴근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사이. 이렇게 잊힌 사이. 내가 한 부작위는 옳은 행동이었을까?
17만 원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택시비로 쓴 돈을 제해도 소득이 있다는 게 기쁘다. 오늘은 새빨간 생선을 3마리에 1만 원에 사다가 맛있게 구워 먹었다. 만 원이 아니라 1만 원에 사다가 맛있게 구워 먹었다. 내가 구운 게 아니니 구워 먹었다는 표현도 잘못되었을지 모른다. 어머니께서 맛있게 구워주신 새빨간 생선을 맛있게 먹고, 이모가 갖다주신 새빨간 사과를 어머니께서 깎아주신 걸 먹고, 설거지도 어머니께 맡겼다. 새빨간 불속성 효자.
오늘은 시간을 팔았다. 세월을 낚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을 했다. 공사용 쇠판을 예쁘게 쌓아서 슬링 벨트로 묶어 크레인에 싣는 걸 구경했고, 공사용 쇠판을 떼내는 걸 구경했고, 용접을 구경했고, 그라인더로 철망을 예쁘게 써는 걸 구경했다. 으레 초짜들이 그렇듯 어정쩡한 자세로 반장님을 보조한답시고 따라다녔을 뿐. 어쩌면 나에게 낚인 건 세월뿐만이 아닐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