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쓰려고 했던 희망 가득 찬 내용과 오늘 쓰고 싶은 불만 가득한 내용이 충돌해서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깨져나간다. 낱말들이 새가 되어 날아간다. 그래도 불평불만까지 글로 옮겨오고 싶지는 않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을 쥐가 듣는다는데 게시판에 박아 넣는 것도 웃기다. 그래서 이 정도로만, 그냥 그 정도로만.
기분이 좋으면 용역이라 부르고 기분이 나쁜 날은 노가다라고 부른다. 오늘은 노가다를 퇴근했고 집에서 씻고 밥 먹고 카페에 출석했다. 캐모마일을 시키고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 차가 식을 때까지 무엇을 쓸지 고민하고, 설령 지우더라도 써보려고 한다. 게시글 하나당 해피빈 1개를 받아서 차곡차곡 모은 뒤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 기부한다. 이상하게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에게 나의 과거를 덮어씌우게 되고, 기부하고 싶어 진다. 하루 차 마실 돈으로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게 어떨까도 싶지만(이미 그렇게 해봤지만), 성취감과 보람은 이렇게 글을 쓰고 해피빈을 기부하는 거에 비할 바가 못된다(이제는 기부할 돈도 없지만). 해피빈 만세다.
계약직이라도 알아볼까 싶어 구인구직 사이트를 간절히 살펴보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사람들은 어디서 돈을 벌며 어떻게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사는 걸까. 자수성가를 꿈꾸는 나는 마냥 궁금하기만 하다. 대충 쓴 이력서든 정성 들여 쓴 이력서든 우수수 떨어진다. 서류를 접수하면 출력해서 보시려나. 종이가 아깝다. 지구에게 사과를 해보자. I am 애플이에오.
다음 문단이 생각나지 않아서 고민이다. 말문이 막힌 걸까. 글문이 막힌 걸까. 졸음을 참으며 비몽사몽 글을 이어나가 보자. 지금도 시간은 오후 여덟 시를 향해 꾸역꾸역 기어간다. 느릿느릿한 하루다. 오늘은 시간이 빨리 가지 않았다. 수시로 시계가 나를 쳐다봤다. 초침은 속닥거렸고, 분침은 무시했으며, 시침은 새침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풀이 죽은 하루다. 자꾸만 풀이 죽는다. 고(故) 김수영의 <풀>처럼 날이 흐려서 울다가 다시 죽었으며,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불고, 바람보다도 먼저 다시 일어났다. 내 기분은 나도 모르겠다. 단 걸 입에 억지로 꾸역꾸역 넣으니 석탄을 잔뜩 집어넣은 화로처럼 기분이 달아오른다.
내일의 나는 더 단단해질 거다. 남의 시선도, 말도, 행동에도 무뎌진 채 아무개 노동자로 노동시장에 흡수되어 바스러질 때까지 무뚝뚝하고 단단해질 테다. 인간성의 상실이라도 좋다. 일이 느는 속도보다 욕을 먹는 속도가 더 빠른 걸 어떡하랴. 아웃사이더 부릅니다. 외톨이 마음에 문을 닫고(중략), 이 글도 이만 닫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