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

월간감자

by 감자

나는 홀로 서려한다. 지금은 나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했을 때 사회 초년생은 주가 내가 되어야 하는 순간이다. 당분간은 나에 대한 의존도 남에 대한 의존도 매몰차게 거절할 테다. 사람과 사랑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 서는 것은 어렵지만 분명 가치 있는 경험일 것이다. 서른넷의 홀로서기. 힘들 테지만, 또 외로울 테지만, 변태 같은 나는 해낼 것이다. 지금은 애벌레에서 고치로, 고치에서 나비로 변태를 해야 할 순간이니까.


부모의 둥지에서 날아가지 못하는 새가 나 하나는 아닐 테다. 우리 집안만 해도 최근에 날갯짓을 시작한 나를 제외한 두 마리의 새가 둥지를 떠나지 못했다. 엄마와 이모들은 늘 자녀들을 걱정하신다. 위로와 걱정조차도 사랑이란 걸 알기에 감사하고 감사하다. 나는 우선 급한 불은 껐으니, 혹독한 겨울이 끝나면 비상할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을 테다. 내가 그랬듯 백수들이 더 바쁘고, 힘들 테니. 큰형인 내가 이정표가 되어주자.


이정표도 이정표가 필요하다. 성취감이 고파서 등산을 하기로 했다. 요 근래 주말이 기대된 적이 없는데, 이번 주말에 오르기로 한 산행은 너무나 기대되고 설렌다. 처음이라 부산에 있는 달음산(588m)에 오르기로 했다. 낮다고 얕보면 큰코다칠 수 있는 산이라고 한다. 대략 왕복 네 시간짜리 산행을 위해 생애 처음으로 구입한 등산화를 발에 맞게 조절한다. 끈도 마음도 바짝 조이고 겨울산을 차곡차곡 올라갈 테다. 한 친구는 대자연 앞에서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 하였고, 또 다른 친구는 땀이 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걸어야 알맞은 페이스라고 조언해 주었다. 산은 구슬땀을 흘리려 오르는 것이 아니구나. 발에 맞게 길이 드는 신발처럼, 산에 맞게 길이 드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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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노여움도 내려놓고 아쉬움도 내려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 나옹(懶翁, 1320~76)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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