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달음산에 다녀왔더니 장딴지가 터질 것 같다.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는 산이라는 평이 많았는데, 등린이인 나에게는 딱 맞는 산이었다. 페이스 조절을 해주시는 형을 따라서 발뒤꿈치만 보면서 걷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었다.
정상에 오르고 나니 고소공포증이 실감되었다. 발밑을 내려다보기 힘들었지만, 저 멀리 부산이 내려다보이는 장관과 수평선 끝까지 맞닿은 광활한 바다와 하늘을 보면서 애써 평정을 찾았다. 오르기 전에는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막상 오르고 나니 땀과 함께 배출되어 버린 듯 머리가 맑았다. 어쩌면 잡념은 머릿속 독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산하는 발걸음은 비교적 가벼웠다. 아무렇게나 디뎌도 발목을 보호해 주는 등산화 덕분일 수도 있다. 산을 내려오면서는 술 생각이 간절했고, 고기를 구울 힘도 없었기에 고기를 구워주는 삼겹살집에 갔다. 날이 좋아서 좋은데이를 시켰고 세 명이서 6인분을 먹고 마셨다.
입이 터져서 같이 마시던 친구들을 보내고 다른 친구들을 불러서 오리고깃집에 갔다. 좋은 날이었으므로 역시 좋은데이를 시켰다. 소금구이가 맛있는 주왕산 오리고기를 가서 소금구이로 애피타이저를 하고 다시 양념을 시켜서 양념까지 구워 먹었다.
그리고 덕신 피시 앤 그릴에 가서 9천 원 치 소주를 마셨다. 내 첫 등산은 이렇듯 술과 함께 해버렸기에, 앞으로 다가올 등산도 술과 함께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