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잠

월간감자

by 감자

1.

오늘은 '2024년 2월'을 선물 받았다. 더군다나 올해 2월은 '29일'을 보너스로 주셨다. 하루 더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오늘을 일하면 또 3일을 쉰다. 쉴 때 무얼 할지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이 더 힘든 것 같다. 더군다나 2월에는 설날도 껴있어서 계획을 세워야 할 일이 늘었다.


계획이 없는 날은 외롭다. 그런데 외로움은 참아도 고독은 못 참겠더라. 오늘은 퇴근하면 고독할 것 같다. 결국 오늘도 한잔 하게 되겠지. 깨달음은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만, 늘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므로 갈수록 글을 구상하고 구성하는 게 퍽퍽해진다. 글쓰기의 퍽퍽함은 고통이고, 고통은 술을 부르고, 술을 마신 다음날은 뉘우침의 이름으로 깨달음을 얻기 때문에 글을 쓰기 수월해진다. 악순환인지 선순환인지 모를 무한궤도에 올라있다.


2.

여유롭지 못한 오후다. 초침과 분침 사이에 쪽잠을 자듯 쪽글을 적는다. 적다 보면 내가 들여다보일까 싶어서 차곡차곡 정리해 본다. 오늘은 마치 답지를 보고 채워 넣은 문제지처럼 평온하다. 어린 시절 학원을 다니면서 단어 시험을 볼 때면 채점받을 때 조마조마했던 작은 콩닥임이 기억나서 지금 아이들을 가르칠 때면 최대한 아이들의 입장에서 공감하며 시험을 봐주고는 한다.


초등학생 필수 영어 단어의 구성에서 너무나 쉬운 단어들이 포함된 대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숲 속 토끼가 연못에서 목을 축이듯 어려운 단어 사이사이에 card 같은 뜻과 이름이 같은 단어들을 끼워놓으면 아이들이 숨을 고르고 다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따라서 쉬운 단어를 외우는 일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이다.


3.

오늘은 한주의 마지막 날이다 보니 빨리하고 보내달라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럴 경우 배속을 올린 인터넷 강의처럼 말이 빨라지게 된다. 1.5배속 전후로 말을 하고 행동하다 보니 시간도 빨리 간 듯하다. 벌써 퇴근시간이 임박했다. 이 허기짐을 무슨 음식으로 달래야 하는가. 배가 고플수록 저녁 메뉴를 정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무엇이 술과 조화를 이루어 나의 목구멍을 이롭게 하고, 나의 뱃속을 휘젓지 않을 안주일 것인가.


'가성비'가 좋은 안주는 때로 몸에 이롭지 아니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비싼 안주는 더러 적게 먹어 배고픔을 유발하거나 나에게 과분하여 배탈을 일으킬 때도 있다. 술이든 안주든 뭐든 과하면 좋지 않은가 보다. 그래서 오늘의 글도 과하지 않게 이 정도로 줄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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