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감자
확실히 요즘의 나는 시간에게 쫓기고 있다. 멈추었던 공부를 다시 하면서부터일까. 스스로가 마음에 여유가 없고, 각박하고, 날카롭다고 느껴진다. 특히 목적 없는 수다는 불필요하다 여겨진다. 심할 때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아무리 친한 사람을 만나도 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해야 할 일에 방해받는다고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이해받길 원하고 공감받기를 원한다. 이 모순적인 바람 덕분에 고독한 현실을 자각해야 할 때마다 자신을 깎아내린다. 함께하는 시간은 낭비라고, 이제는 홀로 서겠다고 다짐해 놓고말이다. 결국 나 또한 남에게 기대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어리고 어리석은 존재인가보다. 이 혼란 가득한 마음속에서 오늘도 글감을 뽑아낸다.
어떻게 하면 편하게 사람을 만나고, 시간이 낭비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시도해 보는 요즘이다. 첫 번째 방안은 약속을 사전에 잡는 것이다. 주중이던 주말이던 시간을 정해서 '이 시간만큼은 나에게 할애된 휴식시간이다.'라고 미리 마음에 당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음이 잘 맞고 같이 있을 때 스트레스받지 않는 무해한 환경을 조성해 주면 사람을 만나도 마음 편한 휴식이 이루어진다. 사람으로부터 치유를 받는다고나 할까.
두 번째 방안은 목적 있는 만남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식사 약속을 잡고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낭비가 아니라 소통이라고 마음먹는다. 또한, 카페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 만나서 잠깐잠깐 나누는 깨알 대화는 낭비가 아니라 친목 도모라고 생각을 고쳐먹는다. 대화 속에서 자기계발을 이끌어 내야 하고 좋은 사람을 선별하는 안목을 길러야 해서 이 또한 쉽지는 않다.
어처구니없는 마지막 방안은 사람을 만나되,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 없는 아우성'이지 싶은 방법일 것이다. 자주 시도해 보지는 않고 어쩌다 한 번, 주로 조용한 도서관이나 종교 시설 등에서 사람을 만나면 대화를 하지 않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게끔 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할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간접적으로 느끼거나, 신실하게 믿음을 갖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열정이나 마음의 평화가 옮겨온다.
가장 좋은 대안은 얼른 수험을 끝내고 마음 편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지금은 마음 편협하고 가시 돋친 고슴도치 같은 세상 예민한 내가 부끄럽다. 그러면서도 우둔한 나는 수험생의 우선순위가 이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당장의 소통을 위해 글을 끄적인다. '이게 맞나?' 싶으면 아닌 거라던데 말이다. 아무튼 마음 편한 수다를 위해서 오늘도 수험 서적을 펼칠 것이고, 중요 부분에 밑줄 칠 것이고, 그 내용을 머릿속으로 재잘재잘 되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