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월간감자

by 감자

저는 적어도 제 영혼은 가꾸는 사람입니다. 영혼은 씻을 수도 볕에 말릴 수도 없기 때문에 수시로 관조하여야 합니다. 좋은 글귀를 보고 좋은 생각을 갖도록 정제해야 하며 나쁜 길로 걷는 나를 방치하여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합니다. 홀로 굳건하되, 때로는 올곧은 타인에게서 비추어 보며 내가 그릇되지 않았나 헤아려 봐야 합니다. 양심보다도 까탈스러운 친구여서 엄격하게 대하더라도 결국에는 따뜻한 사랑으로 보듬어줘야 합니다.


처음 서울에 상경했을 때 신촌에서 홍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홍익문고'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묻는 분이 계셔서 길을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길 안내의 끝에 "영혼이 참 맑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알았지?'라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모든 분들께 영혼이 맑다는 말을 남발하던 분이시더라고요. 저는 아직 ''를 모르기에 왜 그러셨는지 아직도 영문도 모르겠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이 이야기도 저만의 '서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영혼이 맑다, 순수하다, 착하다.' 비슷한 맥락일까요? 그렇다면 저는 '영혼이 맑은 존재들'에게서 영혼이 맑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입니다. 요즘은 학원 아이들에게서 주로 듣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왜 그렇게 착해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어떻게 반응해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초보 선생님이라 이게 혹시 만만하다는 뜻일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저를 대하는 걸 보면 그런 의미로 쓴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서 저를 비추어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이 깨끗하고 맑은 영혼을 가졌다는 것이고, 저에게서 아이들이 비치지 않는 까닭은 제가 아이들 보다는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아이들은 꾸밈이 없습니다. 다이어트(diet)를 하느라 저도 모르게 "배고프다."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선생님." 하고 수줍게 다가와서 아껴놓은 주전부리를 쥐여주는 작은 손이 좋습니다. 포스트잇(Post-it)에 "감자쌤 배고프지 마세요."라던가 "감자쌤 힘들지 마세요."를 적어놓고 가는 그 마음들이 예쁘고 고마워서 저도 아이들에게 꾸밈없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이런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 아닌 바른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비루한 수험생이지만 희망의 끈을 굳건히 쥐고 항상 밝은 선생님 되어 아이들이 저를 보고 자라더라도 아이들이 바르고 올곧게 자랐으면 좋겠기에 주문을 외웁니다. "자라나라 미래 미래." 또한 착하게 자란 영혼들이 그로 인해 일절 손해 보는 일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가시덤불이 우거진 길은 제가 다 걸을 테니 이 아이들은 꽃길만 걷게 되기를. 작은 동네, 작은 선생님이 바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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