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게

월간감자

by 감자

이별에게


안녕 못하시지요. 어지럽게 나열된 단어만큼이나 정돈되지 못한 일상입니다. 이상했습니다. 미련 없이 사랑한 느낌이 없는 오랜만의 연애였습니다. 오래된 믿음을 배신한 저에게 과분한 그것이었습니다. 최악의 이별을 선사한 제가 오로지 제 구겨진 마음이 펴질 수 있도록 이기적인 욕심을 내어 멍청한 미련을 전합니다.


이것이 미련인지도 모를 것을 저는 가슴속에서 키워냈습니다. 후회를 먹이 삼아 자라는 이것이 미련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가슴속을 파내어도 알 길이 없는 하루하루를 괜찮은 척 살아야 했으며 결국 날마다 고주망태가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예상 그대로입니다. 당신이 싫어하던 음주와 함께인 나날은 역시나 다사다난한 일상이 다시금 요동치도록 했습니다. 이 동요 또한 어린아이들의 그것이 아니기에, 저는 흔들리는 삶 속에서 원인을 찾아야 했습니다. 또한 그밖에 파문들을 참고 견뎌야 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원인은 저에게 있었고 제가 선택한 이별이었기에 차곡차곡 참고 견뎠습니다.


미안합니다. 저는 단지 사과가 하고 싶었습니다. 복잡한 말로 더 복잡한 심경을 전할 수 없듯 그저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 으깨진 단어들을 이리저리 붙여서 문장이랍시고 내어놓은 것입니다.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당신의 구겨진 마음이 조금은 펴질 수 있었으면 하는 제 욕심과 일순간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을 영원히 끊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그 이상 복잡한 무언가로부터 조금씩 해방되고 싶은 마음에서 받지 않을 사과를 건네봅니다. 모조리 당신으로부터 떨어지고 싶었던 지질한 나와 온전한 당신이 함께 일 수 있었던 경이로운 나날들이었습니다. 끊겨버린 기억과 끔찍해져 버린 추억에 깊은 유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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