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잘 있니?
카톡에서 친구들 단체 대화방을 찾았다.
화면 스크롤을 한참을 내려, 거의 끄트머리까지 가서야 찾을 수 있었다.
어차피 다시 초대하면 그만인데, 이게 뭐라고, 없으면 어쩌나 조바심까지 났다. 단톡방에서 나가지 못하고, 아니 나가지 않고 대화방 리스트 저 아래 있더라도 그대로 뒀던 것은, 보고 싶은 마음의 자리라고 생각했다. 자주 못 보더라도 단절된 것은 아니라는.
대화는 2018년에 멈춰있었다.
오랜만이네, 반갑네, 어디 사냐, 얼굴 보자, 그래서 만났는데, 그로부터 또 7년이 흘렀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연재하고 나서 켜켜이 쌓아둔 인연을 보물찾기하듯 하나씩 찾아내 되짚어보고, 자꾸 생각하니 더 애틋해진다.
나는 7년 전과 같은 인사를 건넸다.
"얘들아! 거기 잘 있니?"
몇 분 만에 답장이 왔다.
"그래 잘 지내. 너도?"
"진짜 오랜만이다."
다시 보기로 마음먹기가 7년이 걸렸는데, 만날 날을 정하는 데는 30분도 안걸렸다.
휴대전화 번호가 그대로인 건 어쩌면 그냥 그냥 큰 일 없이 살고 있다는 방증 같다. 프로필 사진이 종종 바뀌는 것은 묻진 않았지만 안부를 전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522번 버스 안에서 인사를 먼저 건네준 고마운 친구들.
체육복, 주판, 교과서, 미술붓, 빌릴 수 있는 것들은 몽땅 빌려주고, 어려운 일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도와준 너희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있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열일곱을 돌아보며 내가 했던 말, 행동, 내가 쌓아 놓은 흔적에서 나를 다시 알게 됐다.
이제 막 아이를 탈피한 그 시절로 돌아간 것으로 내 모두를 알 수는 없다.
십 대 후반은 나의 이십 대를 만들었고, 이십 대는 삼십 대를, 삼십 대는 사십 대를, 사십 대는 지금 나를 만들었다. 내 궤적을 보다 보면 과거는 다시 변할 것이다.
이미 이글은 나의 과거를 바꾸고 있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오둘둘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아마 친구들을 만나고 나면 다시 고쳐야 할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써야겠다.
마지막 화에 쓸거리는 남겨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