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베이킹을 하려고 주방에 들어섰다
무더운 여름에는 베이킹이 힘들어서 잠시 쉬었다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나도 모르게 무엇을 만들까 계속 머릿속에 떠오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서
수능을 앞둔 고3 부모님의 뭉클한 마음이 내게 떠내려온다
나도 곧 수험생의 엄마라
라디오에서 귀를 뗄 수가 없다
큰 딸이 수학여행에서 사 온 선물.
아무것도 사 오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결국은 바리바리 싸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냥 고맙다고 받으면 될걸.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한 것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큰 딸 생각을 머릿속에 가득 채우며
따뜻한 유자차를 한 모금하고 녹차 초코칩 머핀을 만들기 시작한다
어릴 적부터 자주 아팠던 큰 딸은
한동안 잘 먹지 못하고 자꾸 시들어갔다
병명을 알 수 없어서 힘들고 답답했던 그 시절.
한 날은 어떤 것을 먹어서 그런가 싶다가도
한 날은 또 다른 것 때문인가 싶었고
그러다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어
밤새 내 탓인 것 같아서 참 많이도 눈물지었다
아이의 건강을 찾아주려고
이리저리 요리를 하던 그때,
얼마나 다른 아이들처럼 달콤한 과자를 먹고 싶을까 안타까워서
아이와 함께 만들기 시작했던 쿠키와 빵.
밀가루 범벅이 된 부엌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의 사진을 아직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마음으로는 한없이 눈물 짓는다
아이는 이제 건강해졌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제일 좋아하는 녹차 초코칩 머핀은
아마 평생 나의 오븐에서 추억과 함께 구워지겠지
달콤한 머핀 내음이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
나의 추억 여행이 무르익으면
너무 아른거려서 보고 싶던 큰 딸이
떠들썩하게 작은 집으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