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씩 확신이 서지 않는 순간이 있다
오랜 시간 삶에 진심을 다해 살고 있으면서도
이것이 옳은 건가, 또는 이대로 괜찮은 건가, 하는 의문이 들면
잠시 멈춰 서서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주부가 된다는 것이
다른 어떤 일들보다도 흔들리는 일인 줄 알았다면
조금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시작했을 텐데.
나의 삶에서 '나'를 2순위, 혹은 그 뒤로 밀어 두고 시작해야만
온전히 살림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조금은 살림에 대해 깨우쳐갈 즈음이 되었을 때
어쩌면 처음보다 조금은 단단히 서서
덜 흔들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살림의 무게로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이제는 꽃을 피워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라는 사람이
그 처음보다 조금은 더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보니
그때 그 순간은 모두 의미가 있었다
처음이어서 서툴러야 했고
넘어져서 아파야만 했다
때로는 꼭 슬퍼야만 했고
어쩔 땐 절망해야 했다
무엇이든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기에
어쩌면 견뎌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살림에 진심을 담는다
처음의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그럴 거라는 듯이.
시작은 무턱대고 시작한
무모한 용기였더라도
아마 마지막 즈음에는
그런 시간이 쌓여
그리움이 넉넉히 흘러가리라.
조금은 느리게 걸어가더라도
괜찮다
가끔은 멈춘다 해도
그것도 괜찮다
살림이
나의 삶이고
그 시간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진심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