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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Oct 29. 2020

여자나이 오십

1막 그래서 # 이등병의 엄마

작은 아이가 육군훈련소로 입대했다.

젊어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 국군아저씨게 보냈던 위문편지 이후로  어느날 부터 까까머리 군인들이

동생이 되고 조카가 되더니 드디어 내게도 아들이 입대하는 날이 찾아 왔다. 그 기분을 뭐라 말할까.

여늬 때와 달리 저절로 일찍 눈이 떠진 아침.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시큰하다. 안스럽다. 허전하다. 짠하다. 속상하다. 안타깝다. 미안하다. 고맙다.

아이는 낯설은 까까머리에 자꾸 손이 가는지 거울 앞에 서기를 꺼린다.

몇일전부터 고등학교 동창들이 몰려와 삭발식을 함께 했고, 민머리가 되고 나니

내 아들인지 남의 아들인지  구분 안되게 아들은 정말 초짜 군인이 되었다.

왜 숫자는 1,2,3으로 세면서 계급장은 이병 다음에 일병일까? 늘 궁금했던 질문 따위는 이제 안중에도 없다.

그저 이등병의 이름을 달기위해 논산 훈련소로 가야 할 콧날 찡한 대한민국 청년 하나가 눈에 보일 따름이다.

아침 일찍 부산을 출발해 대전에 있는 큰 애를 태우고 논산 훈련소로 향했다.

입대하는 작은 아이가 기분 울적할새라 제 형은 가는 내내 장난을 건다.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 절하고..."

익살스러운 리듬으로 노래하는 큰 애의 목소리에도 작은 아이는 마음이 불편한 기색이다.

낯선 장소에서 낯설게 모인 이들과 낯선 생활을 낯설게 이어가야 할 생각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점심을 먹고 아이를 대했지만 이 엄마의 마음은 아무렇지 않지 않다.


연병장에 모인 그 많은 아들들을 보니 그냥 울컥 눈물이 솟는다. 아, 이 기분은 뭔가.

TV에서 보던 연병장의 씩씩함은 커녕 곧 떠나보낼 아들 생각에 엄마들은 목이 메인다.  벌써부터 이곳 저곳

훌쩍이는 엄마들이 눈에 보인다. 나는 이를 악문다. 절대로, 결단코 눈물을 허락하지 않을거야.

"아! 엄마, 잘 다녀올께요..."

아들은 제 형과 나를 한번씩 안아주고는 뒤도 보지 않고 연병장으로 내 달렸다.

'아들아! 나의 아들아!' 입술을 더더욱 앙 다물었다. 이 정도로 울 내가 아니지.

나이 오십 연륜의 엄마가 그깟 18개월 이별 따위가 대수인가. 요즘 군대가 어디 군대야. 휴가를 너무 자주

나와서 문제라잖아, 다들 금새 적응된다는데 뭘... 별별 생각을 다 떠올려보지만 마음과 머리가 따로 논다. 

머리는 알겠는데, 마음이 자꾸 슬퍼지라고 노래한다. 눈물흘려도 괜찮다고 위로한다.


부모님을 향해 우렁찬 소리로 경례를 마치고 아들들이 돌아섰다. 그 끝줄이 다 사라질때까지 바라보다가

아들에게 남겨줄 편지 한통을 작성하러 훈련소의 작은 교회로 향했다. 1년에 10번이 넘게 제사를 모시는

종가집 6대 종부인 내가 맛있는 간식때문에 주말에 꼭 교회로 와서 엄마의 편지를 찾겠다는 아들과의 약속으로 주저없이 교회로 들어선다. 그리고 아들에게 남겨줄 엄마의 편지를 한통 써둔다.

아들은 첫 주말에 이 편지를 찾으러 오리라.

씩씩하게 앉아 편지지를 펼치는데  맥없이 눈물이 툭 쏟아진다.  놀란 큰 애가 농을 건다.

"에이! 엄마. 울지마세요.. 그렇게 감상적으로 쓰시면, 편지보고 울어요.. 저 처럼 장난스럽게 쓰세요.."

들리지도 않는 위로. '나는 대한민국 군인의 엄마입니다. 나는 잘 키운 내 아들을 국방의 의무를 위해

이 곳에 데려왔습니다. 모두 아들들에게 감사합시다. 이 청춘의 시기에 이 곳에 와 의무를 다하는

아들들에게 진심 칭찬해줍시다.'  절로 호소가 쏟아진다.


아들을 두고 훈련소를 나서는 발걸음은 편치 않다. 아, 이런 기분이었구나, 이런 심정이었구나.

항상 객지에 나가있는 아들이었건만 이 마음은 또 뭔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니, 아프다. 쓰리다. 마음이... 시리다가 저린다.

귓등으로 건성으로 들었던 노래를 마음으로 깊이 챙겨 들으며 

오십이 넘은 여자는 터덜터덜 아들 떠난 빈 집으로 혼자 돌아오고 있다. 아픈 노래를 웅얼거리며.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에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 /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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